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도쿄 오아시스 - 당신에게도 말걸어 줄 사람 하나 있나요?

효준선생 2011. 12. 1. 00:28

 

 

 

 

도시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어디쯤에 있을까 영화 도쿄 오아시스는 제목부터 비현실적이다. 아니, 도시에서 살면서 늘 정신적 오아시스를 그리워만 하는 우리의 게으름을 우선 꼬집고도 싶다. 그렇다고 사막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를 찾아 갈수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없지 않는가.


어느 여행가 왈, 오아시스는 결코 자주 등장해서는 안되며 한 번 지나친 오아시스를 다시 만나서도 안된다. 오아시스는 여행가에게는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짜잔 하고 나타나야 비로소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수돗물과 다를바 없다고 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원하면 얼마든지 물을 마실수도 있고 심지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를 언급하는 것을 보니 그 오아시스는 보이는 게 아닌 듯 하다. 마음의 안식처의 다른 말인 듯 싶다. 그럼 왜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것일까 영화 도쿄 오아시스가 그 작은 답을 말해주려고 한다.


무명의 여배우가 촬영지를 벗어나 어디론가 가려고 한다.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순간 한 남자가 그녀를 거의 밀어내듯 내팽개친다. 남자왈, 트럭에 치어 자살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단다. 남자는 양배추를 남품하는 일을 한다. 남자의 차에 올라탄 여배우, 남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냥 한담이다. 사는 이야기다. 새로울 것이 없다. 중간에 우동을 나눠 먹지만 이윽고 제 갈길을 간다. 재미있는 건, 이 두 남녀가 거의 서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이 없다. 옆으로 앉아 이야기를 나눌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느 극장이다. 단관의 오래된 극장이다. 영화 상영이 모두 끝나고 극장 여직원은 극장에서 혼자 잠들어 있는 무명의 여배우를 깨운다. 극장 여직원은 전직 시나리오 작가다. 두 여인은 극장 한 귀퉁이 소파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그냥 사는 이야기다. 톤도 일정하다. 이들 역시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으로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한 동물원이다. 매표소 알바를 하러 왔다는 젊은 여성, 간단하게 면접을 보는 모습이 나오는데, 저렇게 대답을 해서 채용이 되겠나 싶게 어리숙하다. 자기 포장도 없다. 그냥 저냥 동물이 좋아서 왔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의 면접은 실패로 돌아간 듯 싶었다. 시간이 남았는지 동물원을 구경하던 그녀 곁으로 무명의 여배우가 접근한다. 같이 동물을 보러 돌아다니지만 액티브하지 않다. 무료한 한담을 나누고는 제 갈길을 간다.


도쿄의 어느 거리,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다니고 빵빵거리는 차량들 속에서 아무리 오아시스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길이 없다. 위에 등장한 사람들 마음속에 오아시스가 있었었나 싶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영화 제작진을 보니 대답해 줄 것 같지 않다. 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등을 만든 그들이다. 슬로무비, 힐링 시네마라는 독특한 장르를 구축해온 그들이기에 이 영화는 스스로의 독법으로 읽어내야만 한다.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해도 그 안에 사람이 있고 감상이 있다.


우린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지만 결국 혼자의 시간이 더 많다. 함께 해도, 혼자 있어도 마음속 응어리는 여전하다. 영화속 무명의 여배우가 세 편의 옴니버스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공통점은 거의 없다. 그냥 편안하게 들어주는 입장이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만의 오아시스를 찾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요즘 세상엔 그래보인다.  

 

 

 

 

 

 

 


도쿄 오아시스 (2011)

Tokyo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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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츠모토 카나, 나카무라 카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하라다 토모요, 쿠로키 하루, 모리오카 류
정보
드라마 | 일본 | 83 분 | 201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