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 - 아직도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당신께

효준선생 2011. 11. 27. 01:34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다닐 나이만 되어도 세상에 산타 클로즈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캐릭터이며 아버지들이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30여년전만 해도 어떤 아이는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12월 24일이면 골목에 나가서 혹시 하늘에서 내려온 산타 할아버지가 좁은 굴뚝에 걸려 오도가도 못할까 걱정을 하곤 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안위보다 내가 받아야 할 선물이 중간에 지체될 것을 걱정했다는 말이 더욱 맞는 말이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건넌방 세를 얻어 사는 집 아이에게는 500백원 짜리 빨간 플라스틱 부츠로 된 과자 선물세트가, 나에겐 2천원짜리 커다란 박스에 든 종합선물 세트가 주어졌다. 이상도 하여라 착한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준다고 했는데 그 아이는 내 눈으로 보기엔 절대로 착한 어린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에 위안을 삼은 것은 가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었는데, 부피가 크다고 산타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가 내게 더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한 살 어린 동생의 귀띔으로 알게 되었다. 세상에 산타는 없으며 아버지가 없이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건넌방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버지가 작은 성의 표시만 한 거라고.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고, 그 다음해부터 과자 선물은 더 이상 받지도 주지도 않았다.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자기 생일 이상으로 가슴 벅차하며 하늘만 바라보는 그날, 실제로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선물을 전달하는지를 시스템공학적으로 보여주는 만화영화다. 단순히 전달만 해주고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미를 가미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의 의미, 그리고 그 일을 하기까지의 얼마나 많은 노고가 뒤따르는 지를 교훈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 아더는 현역 산타 클로즈의 둘째 아들이다. 장자 계승의 원칙에 따라 형 스티브는 아버지대 까지 이어진 루돌프 사슴과 썰매방식을 버리고 커다란 비행수송선을 이용해 대량 투하방식을 도입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마뜩해 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그 선물 투하 작전은 성공에 이르는 가 싶었다. 허나 엘프라고 부르는 작은 일꾼의 실수로 영국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에게 갈 분홍 자전거가 누락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형 밑에서 각지에서 보내져온 편지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던 아더는 자신이 예전 방식대로 썰매를 끌고 가서 자전거를 전달하겠다고 나서고 이에 산타마을은 발칵 뒤집어진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학수고대하는 선물 전달식을 유쾌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감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대량 생산시대에 대응해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신세대 산타 클로즈의 건강한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퇴한 할아버지와 얼마 뒤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하는 아버지, 그러나 공장처럼 운영되는 산타마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반성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분홍자전거를 살짝 놓고 나오려다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그동안 급하게 선물만 전달하려는 통에 받는 아이들의 표정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번에 좀 봐야겠다며 아이가 신나해하는 표정을 흐뭇한 표정을 보는 모습이 바로 이 영화가 하고픈 진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입체영화로도 찍었기에 일부러 그랬는지 속도감과 하늘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면때문에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현기증이 났다. 이젠 선물 받는 일보다 주는 입장이 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속처럼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수 억개의 선물을 전해주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성탄절도 이제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아더 크리스마스 (2011)

Arthur Christmas 
8.5
감독
배리 쿡, 사라 스미스
출연
빌 나이, 제임스 맥어보이, 휴 로리, 짐 브로드벤트, 애슐리 젠슨
정보
애니메이션, 가족 | 영국, 미국 | 96 분 | 20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