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퍼펙트 센스 - 마지막 감각마저 사라지기전까진

효준선생 2011. 11. 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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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에게 후각과 미각을 빼앗아 간다는 것은 천형이다. 부지런을 떨며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는 어느 식당의 주방안. 그런데 그 안에 엄청난 공포가 몰려들었다. 자신들도 모르게 갑자기 냄새와 맛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찾는 손님은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방과 밀가루만 있으면 칼로리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식당에 와서 돈 쓰며 요리를 사먹을 필요가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가상의 공포는 비단 영국 글래스고 어느 골목안쪽의 식당과 그 동네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삽시간에 자신의 감각이 제거되고 있다는 소문과 사실을 알고는 경악해 마지 않는다.


영화 퍼펙트 센스는 공포나 다큐고발프로그램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완 맥그리거와 에바 그린이라는 이미지 선명한 커플을 등장시켜 진한 멜로물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팬더믹과도 같은 바이러스 전파로 후각, 미각에서 시작해청각과 시각까지 소거될 거라는 이야기 전개는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테러도, 외계인도, 환경오염도. 그냥 가정을 해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을 심어 놓고 그들의 사랑이 최악의 환경하에서 어떤 반응과 결말을 가져올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들여다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한 사람은 요리사로, 다른 한사람은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 과학자로, 그러나 그들의 직업은 문제 해결의 아무런 단서도 주지 못한다. 그저 당하는 입장에 선 여타 평범한 시민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 영화는 처음엔 후각을 소거했다. 냄새를 못 맡는다고 금새 사랑이 식을 것 같지는 않다. 그 다음엔 미각, 그 다음엔 청각으로 이어지면서 사랑한다고 믿었던 둘 사이에도 자꾸 오해와 갈등의 골이 깊어간다. 그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의 우리 주변의 수많은 연인들에게도 일어 날만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감각이 다 사라지는 순간 서로에게 더욱 애틋해짐을 표현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반려자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서로를 찾아 골목길안에서 헤매다 겨우 조우한 그들, 서로에게 다가서는 그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결국엔 더듬거리며 서로를 껴안는다. 왜지? 시각마저도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한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곁에 누군가 있기에? 그렇게 느끼는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감각인 촉각이 살아있어서 일거며 그것 마저 사라지는 순간 사랑은 감지될 수 없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처럼 판타지스러운 장치를 여럿 심어 놓았다. 하지만 그런게 없어도 이 영화의 의도는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이별하는 캐주얼 사랑에 봉침을 놓아주려는 건 아닐까 따끔하지만 효과는 만점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감각이 다 사라지고 바로 옆에 있는 연인의 손을 잡고도 촉각이 없어 그 조차도 느낄 수 없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인 육감이 있지 않는가 텔레파시...


영화는 영국 글래스고의 뒷골목과 인도, 멕시코, 아프리카를 돌아가며 보여주기에 몇몇 장면은 사실감이 난다. 거기에 각각의 감각이 차례로 사라지면서 인간이 보여주는 본능적인 욕망의 實演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심지어 엽기적으로까지 보여 난감하기도 했다. 케찹을 입에 들이 붓고 비누를 씹어 먹고 날 생선과 고기를 뜯어 먹는 장면에선 눈을 감고 싶었다.


인류 종말의 보고서인양 상당히 무거워 보이지만 아수라장 같은 그곳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그들이 자라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기에 앞선 시기에 미리 살다갈 우리로선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대명제를 환각같은 가정하에서 다룬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퍼펙트 센스 (2011)

Perfect Sense 
8.7
감독
데이빗 맥킨지
출연
이완 맥그리거, 에바 그린, 코니 닐슨, 스티븐 딜레인, 이완 브렘너
정보
로맨스/멜로 | 독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 89 분 |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