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특수본 - 난마처럼 얽힌 비리, 등잔밑이 어두웠다

효준선생 2011. 11. 23. 07:57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같은 조직안에서 자기만 모르는 사실이 큰 덩어리로 굴러다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기분이 어떨까 게다가 자기와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옆자리 동료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순간, 극도의 분노가 끓어오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게다.


영화 특수본은 경찰이라는 특수한 조직이 사건의 실마리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끌어내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권력이 가지고 있는 不正의 힘에 대해 액션으로 맞서는 구조로 되어있다.


액션 수사 영화의 主從은 몸쓰기와 추리력이다. 간혹 이 두가지 요소중에 하나에만 치우치면 한쪽으로 쏠렸다며 관객들 스스로가 斜視가 되는데, 이 영화의 경우 경찰조직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한정되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텔링을, 인해전술을 써가며 몰려드는 적군을 향해 소수의 엘리트로 대적하는 이른바 짜임새의 재미로 승부를 보고자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일대일로 치고 받는 싸움 오락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처음에는 비리비리한 상대에서 시작해 점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나오고 손목과 손가락끝이 저릴 때쯤이면 두둥하고 등장하면 ‘왕’, 이 정도가 되면 에너지를 거진 다 소진하고도 잘 죽지 않는 악당들 때문에 한껏 혈압이 올라있는 지경이다. 간혹 벌어둔 옵션을 써서 파워나 무기를 얻기도 하지만 終局이 되기 직전의 흥분은 안 해본 사람은 잘 알지 못한다.


영화 특수본은 경찰의 연이은 피살을 계기로 차려진 말그대로 특수한 수사 본부지만 진도는 없고 자꾸 의심만 늘어가는 정황을 꺼내든다. 그런데 세 명의 요원들, 막무가내 나잘났네 성범(엄태웅 분), 미국 유학파 범죄 심리학 박사인 호룡(주원 분), 조직의 막내이자 여자경찰인 영순(이태임 분)만 모르는 사실이 있다.


애매한 정황을 풀어 보면 나쁜 놈들이 잡혀 들어오지만 뭔가가 뒤를 봐주거나 미리 수사의 방향을 노출시킨다는 짐작이 든다. 현장에서 단서가 될만 한 것들을 발견하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지근거리에 있는 선배들이 불귀의 객이 되니 미칠만도 하다. 이 세 명의 활약은 사건이 터지고 오리무중에 빠질수록 옵션을 얻어낸 전사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나중엔 없던 추리력까지도 척척 잘도 생겨났다.


공권력은 언제나 서민이나, 혹은 가지지 못한 자의 편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많은 영화속에서 경찰은, 검찰은, 대기업은, 선출직 의원나리들은 영화속의 깡패나 조폭들과 제복을 빼면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없는 자들을 달달 볶아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데 공권력이 필요하다면 그냥 불러다 쓰면 된다. 돈과 권력을 앞세우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희생된 몇몇 경우엔 비록 나쁜 짓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면죄부를 던져 준다. 그럼에도 확실히 와닿지 않았다. 악질 경찰도 속사정이 있으니 나뿐 짓에 가담한다고 해서 매도할 순 없다? 이런 늬앙스는 여러 곳에서 의사개진을 한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영화는 그 힘으로 윗선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다.


드디어 게임은 끝이 날 때가 되었다. 별 볼일 없는 세 명의 전사들이 좌충우돌 뛰어다니며 최후에 등장하는 ‘왕’과 맞설 차례다. 설사 ‘왕’이 고꾸라진다고 해서 부정이 정의를 되찾고 세상은 광명천지가 되었다고 선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복부에 정통으로 총에 맞아도 결코 죽지 않는 우리의 주인공처럼 세상의 검은 세력들은 또 언제 땅속에 숨어있는 칡넝쿨처럼 야욕을 부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수본 (2011)

9.1
감독
황병국
출연
엄태웅, 주원, 정진영, 성동일, 이태임
정보
액션 | 한국 | 111 분 |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