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슬이 - 눈이 아닌 유일한 재주로 세상을 바라보다

효준선생 2011. 11. 24. 01:42

 

 

 

 

 

 

 

 

울진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에 다슬이가 산다. 공판장에 나가 오징어를 취급하는 할머니, 동네 3류 나이트 클럽 웨이터로 일하는 삼촌과 함께, 부모는 안보는 걸로 보아 이미 죽었던지 아니면 다슬이를 두고 집을 나갔던지, 3대가 함께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정립되어 있지 않고 어딘가 기울어져 있다.


다슬이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지적장애의 일종으로 일상생활이 서툴지만 유독 한 가지 방면에서는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들을 바보 천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폐의 소견이며 다슬이처럼 약간의 틱(무의식적인 반복동작)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다슬이는 바로 이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8살 정도의 다슬이를 주인공으로 소녀를 둘러싼 환경과 아이가 보여주는 결정적 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작은 에피소드들로 점철된 팬시하면서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다.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또래 아이들이 웃으며 즐겁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제 명에 살다가지 못한 주변인물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소녀를 보는, 아니 소녀가 우리를 응시하는 눈빛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슬이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벽에다 낙서를 하며 놀지만 아무도 아이 곁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저 간혹 왜 지저분하게 낙서질이냐고 따지는 어른만 있을 뿐이다. 아이에겐 마을 전체가 하얀 캔버스처럼 보였던 모양이지만 어른들 눈엔 그게 보일리 없었다. 그렇다고 다슬이가 동심만 먹고 사는 것 같지 않다. 그녀가 등장해 높은 곳이나 비탈진 곳에 올라가면 불안해 보였다. 어떤 행위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행위를 제어하지 못한 다는 것은 제3자의 눈엔 무척 불안하다.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가 죽었고 다시 생긴 눈사람이 녹아버린 뒤, 그녀의 행동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겨울의 모습이다. 동네를 쏘다니며 입으로 새소리를 내고 아무 때나 꾜끼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 다슬이. 정규교육과도 거리가 멀고 세상은 그녀에게서 멀리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에피소드가 겹치며 이어지며 작은 파국을 하나 만들어 낸다. 어린아이에게 그 사건은 어쩌면 세파로부터의 보호막이 완전히 걷어내어지는 무서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슬이에게는 아랑곳없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아무도 그녀 곁에 있지 않다는 사실과 험악한 세상에 버려진 듯한 다슬이가 안쓰럽다며 영화속 이야기에 이미 동화되어서였다.


엔딩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충격적이다. 마을 전체를 화폭 삼아 붓질을 해대며 그려낸 다슬의 미술작품, 어쩌면 세상 누군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누군가의 눈엔 낙서와 조잡한 붓질처럼 보이고 누군가의 눈엔 피카소와도 바꿀 수 없는 명화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영화속에서 그녀의 작품, (실제로 그녀가 그린게 아니라도) 상당히 멋졌다. 장애아동을 묘사한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나선 유해정양의 연기는 빛이 난다. 영화속 다슬이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한 그녀를 GV에서 본 것은 행운이다. 새로운 연기신동의 등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슬이 (2011)

Lovable 
9.5
감독
박철순
출연
유해정, 김송일, 주부진, 권오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86 분 |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