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푸치니의 여인 - 오페라의 여주인공이 내앞에 서있다

효준선생 2011. 11. 23. 00:34

 

 

 

 

오페라 나비부인, 투란도트, 라 보엠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의 사생활은 지금 눈으로 보면 전형적인 바람둥이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의 여성편력은 작품성을 배가 시키는데 연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의 여러 작품속의 여성상은 그 어떤 오페라 작곡가보다 훨씬 생동감이 드러난다. 주연도 대개 여성, 혹은 여성성을 가진 남성으로 간주되는 것도 혹시 그의 사생활이 끼친 영향은 아니었을까


1909년 푸치니는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직전에 무대에 올린 나비부인의 초연이 관객의 호응을 그다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토레 델 라고에 은둔해 차기작 <서부의 아가씨> 집필에 몰두했다. 그 당시 그는 부인 엘비라와 무늬만 부부관계로 지내고 있었다. 엘비라에게는 내조의 여왕은커녕 질투의 화신이었다. 내둥 푸치니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던 도리아와 남편의 관계를 의심하며 결국 도리아를 모함하며 내쫒아 버렸다.


영화 푸치니의 여인은 바로 이 시절의 이야기, 푸치니의 토레 델 라고 머물며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 엘비라와 도리아간의 신경전, 그리고 쫒겨난 뒤의 도리아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이 영화는 유난히 寡言을 선택했다. 영화판 사랑과 전쟁버전이기에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워야 하지만 자연이 주는 이미지로 대신하는 등, 마치 푸치니 음악에 맞춰 뮤직 비디오를 찍어내는 듯도 싶었다.


이 영화의 배경을 좀 더 들어가 보면 도리아는 푸치니 집에서 쫒겨난 뒤 화병을 이기지 못하고 음독 자살을 감행한다. 엔딩에 보이는 자막은 푸치니가 전보를 받고 펴보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그 이후 도리아의 유족은 엘비라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도리아가 죽은뒤 부검을 하고 그녀가 여전히 처녀였다는 사실때문이었다. 몸에 남겨진 흔적에 따라 혼외정사의 정도가 나뉜다는 사실은 어쩌면 도리아를 두 번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푸치니가 도리아와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라 플라토닉 러브를 나눈 사이였다면(영화속에서 그런 장면이 몇몇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엘비라의 환각일 수도 있다) 그건 엘비라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재미있는 건 푸치니는 새로운 작품을 쓸때마다 새로운 여성과 러브라인을 형성했고 그 사랑의 감정은 여배우를 통해 여실히 작품에 드러냈다. 만약 도리아의 죽음이 없었다면 다음 작품인 서부의 아가씨는 도리아의 재연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페라 전문가들은  서부의 아가씨안에서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하니, 어쩌면 이 작품은 엘비라의 고소사건과 해결과정에서 희석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보다 행동, 그리고 음울해보이면서도 자연풍에 의거한 이미지로 푸치니와 주변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비워진 공간은 푸치니의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 있으니 그의 오페라만을 통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새롭거나 낯선 이야기로 전해질 것이다.

 

 

 

 

 

 

 

 

 


푸치니의 여인 (2011)

Puccini and the Girl 
7.8
감독
파올로 벤베누티, 파올라 바로니
출연
리카르도 조슈아 모레티, 지오바나 다디, 타니아 스퀼라리오, 페데리카 체지, 데보라 마티엘로
정보
드라마 | 이탈리아 | 84 분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