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드라이브 - 외유내강의 사내, 로맨스앞에서 폭발하다

효준선생 2011. 11. 21. 00:11

 

 

 

 

그 남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 현재의 모습으로 대충 험한 일을 하며 살아왔거나 감옥에 들어갔다 왔나 하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낮에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밤에는 나쁜 넘들 작업을 돕는 드라이버로 살아가는 그. 간혹 알바삼아 영화 촬영장에서 스턴트 맨으로 활약하는 것만 봐서는 악질적이거나 호전적일 것 같은데 그의 축처진 눈매만 봐서는 그래보이지도 않는다. 늘 전갈이 수놓아진 점퍼를 고집하고 혹은 기름때가 꼬질하게 묻은 셔츠차림이지만 탄탄한 몸매와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나름 매력이 있어보인다.


그의 허름한 아파트의 이웃, 감옥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어린아들과 살고 있는 여자 아이린, 우연히 옆집 남자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연민이나 동정일 수도 있고 남편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의 메꿈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흔히 갖다 붙이는 불륜의 관계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간혹 아이린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지만 드라이버에겐 그녀의 웃음만이 필요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밋밋해보였다. 남자, 언제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걸 알아내야 후반부 광풍처럼 몰아치는 남자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 드라이버는 인트로부터 매우 텐션하다. 남자의 직업이자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테크닉과 스스로와의 약속은 그의 이미지를 일단 먹어주고 시작한다. 한마디로 간지난다.  중반부 아이린의 만남은 자못 멜로물 분위기가 있지만 여전히 좌중을 압도하는 건 그녀의 남편이 감옥에서 나와 그를 해꼬지 할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측은 빗나갔다.


인트로에서 봤듯이 드라이버는 분명 불법분자의 일을 돕고 산다. 그리고 남편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이 없던 사이 아내와 아들을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때의 남자의 눈빛을 읽어야 했다. 다른 모든 말보다 어쩌면 그 말이 남자의 잠재된 폭력적 욕망을 다시 끄집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얼핏보면 남자가 아이린을 사랑해서 그 날 것 같은 폭력을 휘두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이전에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왔던 삶에 누군가에게 긍정의 신호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그를 돕다가 여의치 못했다는 것에 대한 질책이 결국 사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날이 선 칼보다 무딘 칼에 손을 잘 베이는 이유는 방심때문이다. 무뎌진 칼날에 설마 손이 베이겠는가 하는 방심. 잘 들지 않기에 힘을 주게 되고 그 힘이 어긋나는 방향엔 살점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분명 그런 냄새가 난다. 무술을 하거나 권총을 난사하지도 않는다. 당수도 같은 주먹치기 몇 방이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그러나 잔인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왠만한 타격기술이면 두어 번 때리고 말지만 머리통이 산산조각이 날때까지 팬다는 게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 영화 후반부는 악당과의 일대일 대결로 그 누구도 남자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당들도 한결같이 전형적인 나쁜 놈 캐릭터지만 딱봐도 남자를 이길 것 같아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싸움의 결과를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이 사람은 또 어떤 도구와 방식으로 처단할까 이게 더 관심이 갔다.


남자도, 아이린도, 그리고 그녀의 남편도, 심지어 악당 몇몇도 오두방정을 떨거나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는다. 잠시 방심하면 댕강 떨어져 버리는 생명줄, 그 영화의 핵심은 그것이다. 잔혹하지만 엣지있게, 알 것 같으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사내적 내음이 물씬 나는 날 것의 느와르 영화다.  

 

 

 

 

 

 

http://youtu.be/MV_3Dpw-BRY

 

http://youtu.be/xEkPJIjMSkE

 

 

 


드라이브 (2011)

Drive 
8.5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
출연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앨버트 브룩스, 론 펄먼, 브라이언 크랜스턴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00 분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