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백사대전 - 사랑앞에선 요괴도 두렵지 않아요

효준선생 2011. 11. 20. 00:23

 

 

 

중국 시대극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도출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신화 전설이 구전으로, 저작으로 남겨져 오늘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국 문학사에서 소설은 상대적으로 저급한 장르로 여겨졌지만 특히 이민족의 지배하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장르다. 영화 백사대전의 모티프가 되는 소설<白蛇傳>은 남송때부터 민간에 구전되오던 이야기가 청나라때 경극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지금의 항주 서호와 뇌봉탑등의 멋진 풍광과 어울려 마치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항주에만 가면 가이드들에 의해 구성지게 들을 수 있다.


영화 백사대전은 중국의 소설을 모티프로 해서 만든 여타 어느 작품보다 원작에 상당히 근접해서 만들어졌다.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이 소설을 읽는 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현대 중국에서도 여러 가지 장르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이유중의 하나인 반봉건주의 사상과 양성평등등 현대 중국의 사회적 가치관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해서 특히 여성독자와 관객들의 호응도 좋다.


항주 서호에는 백사(황성의 분)과 청사(채탁연 분)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약초상(원작에는 서생) 허선과 조우하며 인연을 맺는다(원작에서는 우산을 빌려주고 돌려받으면서 연정을 키워나간다) 한편 금산사에는 道力이 높은 법해스님(이연걸 분)이 살았는데 그는 백사 자매가 요괴라고 생각하고 처단하려고 애를 쓴다. 법해는 허선에게 백사가 요괴임을 알려주고 웅황주를 먹여 사경에 이르게 하고 허선은 아내의 정체를 알고는 시름겨워 하다 다시 살려내고자 뇌봉탑에 있다는 신선초를 구해 아내를 구해낸다.(원작에는 백사가 영지초를 구해 놀라 실신한 허선을 구한다) 하지만 법해는 자신의 도술을 사용해 결국 백사를 뇌봉탑에 봉인한다. (원작에는 허선과 백사부부가 아이까지 낳는다)


원작과 디테일 면에서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보기드문 애절한 러브스토리이며 사랑앞에 놓고 따지기 십상인 여러 가지 조건을 마다하고 오로지 남녀간의 사랑만을 선택한다는 허선과 백사의 애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릴 만 하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중국 4대 러브 스토리라고 부르는 孟姜女 이야기, 견우직녀이야기, 梁祝과 함께 많은 청춘들에게는 필독서였던 백사전의 새로운 버전의 장르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중국 현지 개봉시에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 비록 과도한 컴퓨터 그래픽과 소위 중국 특유의 “뻥”이 너무 많이 가미되어서 간혹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헐리웃의 블록버스터에서만 CG를 쓰라는 법은 없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자체가 상상력의 극대화라는 차원에서 기술적인 면이 다소 아쉬울 뿐 시도자체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의 홍콩영화 전성기를 함께 지내온 영화팬들에게 이 작품은 마치 장국영, 왕조현 주연의 <천녀유혼>, 왕조현, 장만옥 주연의 <청사>를 떠올릴 만하다. 후자는 백사전의 그것에서 차용한 것이니 두말 할 것도 없고 천녀유혼 역시 민간 설화에서 발전해 원나라 말엽 정광조가 정리한 천녀이혼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니 어찌보면 당시 재미있는 구전 소설을 만들고 전한 사람들에게 요괴니, 흉측한 뱀이니 하는 것들은 이민족이 통치하던 시대를 거스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메타포(은유)가 아니었나 싶다. 현실에서 남녀간의 평등한 사랑을 이루기 힘들었던 시절, 사람들은 애절한 러브스토리 한자락을 들으면서 자신들의 애환을 달랬을 것이며 한족들이 대다수인 민간에서 유포되는 이런 이야기까지 관여할 이민족 통치자들은 아니었기에 소설은 갈수록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한동안 영화판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연걸이 어쩌면 몇 년뒤 정말 자신이 보여줄 이미지와 흡사한 도승으로 분장을 했고, 주성치의 쿵푸허슬에서 영화 데뷔를 한 황성의가 이제는 어엿한 언니 연기로 극 전체를 이끌고 나간다. 당시 대사를 제대로 치지 못해 언어장애인 행상으로 扮해 단 몇 분 등장했을 뿐이었지만 청순한 외모로 일약 라이징 스타가 되었던 그녀임을 상기하면서 지진희와 찍은 영화 <길위에서>도 어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백사대전 (2011)

White Snake 
7.4
감독
정소동
출연
이연걸, 황성의, 임봉, 채탁연, 문장
정보
무협, 액션 | 중국, 홍콩 | 106 분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