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량강도 아이들 - 그곳에도 산타할아버지가 갈거예요

효준선생 2011. 11. 19. 00:00

 

 

 

 

이북 량강도는 어린 시절 북한 지리를 배울때 없었다. 한참 지나서 자강도, 량강도가 생겼고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백두산 자락 바로 아래 삼지연에선 스케이트 훈련장 말고 동명의 초등학교도 있다. 그 안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100% 올로케 촬영을 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강원도 영월에서 북한의 분위기를 내가며 고생하면서 찍은 영화다. 특히 여러 가지 소품들을 준비한 미술팀의 노고는 화면에 드러날 정도다. 그러나 영화는 미술팀 혼자만 해낼 수는 없다. 이야기가 있고 구성이 있고 편집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들인 아이들은 아마추어 같지만 그래서 더더욱 현실감이 있어 보였다.


워낙 이북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애를 써야 했기에 그만큼 듣는 관객들은 귀를 고생시켜야 했다. 그곳 아이들의 고민은 남한의 아이들과 얼마나 다를까 글쎄 화면만 보면 그 아이들도 이념에 휩싸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아픈 아우를 생각하는 형의 마음 씀씀이가 후반부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종수는 그렇게 가고 싶었던 피양에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가지 못한채 울고 있었다.그러다 남한 어린이들이 풍선에 매달아 보낸 로봇과 산타클로스 복장을 받고 완전 새로운 인생(?)을 열게 되었다. 모든게 부족했던 동네 아이들에게는 로봇 구경 한번에 자신들이 가진 보물(?)들을 받아낼 수 있었다. 로봇 하나가 불러온 새로운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생 종성이 와병중인지라 형에겐 동생을 아랫마을 큰 병원에 데려가보는 것이지만 그게 쉬워보이지 않는다. 종수와 아이들은 갖은 꾀를 내보지만 가진 자들의 농간에 결국 로봇마저 빼앗기게 된다.


북한의 현실은 가난과 결핍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그건 영화 속 배경뿐일 수도 있었다. 미국 문화로 보이는 산타클로스와 로봇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리고 가진 게 없어 절대로 살 수도, 구할 수도 없으니 그건 경제효용의 법칙이 작용된 것이다. 거기에 병원비가 없다니 당장 나가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자본주의 경제와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았다.


낯선 땅에도 눈이 내리는 12월말이 되었다.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산타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왠지 슬퍼보였다. 로봇을 빼앗긴 뒤 동네 할아범이 만든 나무 로봇이 또 다시 불에 타는 모습을 보니 참 안쓰러웠다.


아이들의 안목에 세상은 똑같아 보이는 것 같았다. 높은 사람 눈에 키가 작은 아이가 눈에 띌까봐 배제하려는 선생의 모습이 가증스러울 정도였다. 이 영화가 시간을 두고 찍었는지 모르지만 종수역을 맡은 아이의 키가 뒤로 갈수록 눈에 띄게 달라져 깜짝 놀랐다. 아역배우들에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북한의 그곳은 얼마나 먼 곳에 있을까 그런 것들도 궁금해졌다.  

 

 

 

 

 

 

 

 


량강도 아이들 (2011)

Ryang-kang-do: Merry Christmas, North! 
9.5
감독
김성훈
출연
김환영, 주혜리, 이충훈, 유윤상, 신민규
정보
가족, 코미디 | 한국 | 95 분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