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악질경찰 - 검은 잉크가 삶의 오선지에 배어들듯

효준선생 2011. 11. 7. 01:10

 

 

 

 

 

2005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를 집어삼킨 태풍 카트리나는 미국인에게는 한바탕 전쟁을 치룬 것 그 이상의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적지 않은 영화에서 뉴올리언스와 그곳의 주민들은 치유하기 어려운 심리적 공황을 지니며 사는 것으로 그려져왔다.


영화 악질경찰의 주무대도 바로 뉴올리언스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경찰서 유치장도 피해갈 수 없다. 운 나쁘게 그 안에 있던 수감자를 구해주려다 허리를 다친 형사 테렌스 맥도너는 경위로 승진하는 특전을 누리지만 그로부터 그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치료제로 처방받은 약물로는 통증을 완화시킬수 없음에 그는 자의적으로 마약류에 손을 대기 시작하며 그의 도를 지나친 “약쟁이”로서의 일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근래들어 마약 흡입장면이 이렇게 많이 등장한 영화가 있나싶게 하드보일드하지만 그 장면이 반복되면서 알게 모르게 무감각해진다. 마약은 그런게 아닌가 싶다. 맥도너의 대범한 행동이 반복되고 확대될수록 그만큼 주변의 힘에 의해 제어가 되어야 함에도 아무도 그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직 경찰임에도 마약에 취한 채 근무를 하거나 심지어 경찰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서 닥치는 대로 마약단속을 행한다.


오히려 그의 이런 행동에 태클을 거는 사람들은 형사의 반대편에 있는 범죄 용의자들이다. 마약을 주로 취급하는 그들에게 마약을 상시 흡입하는 형사가 도무지 이해가 안될뿐더러 심지어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기까지 한다. 공권력에 대한 조롱은 아니었을까


무릇 형사라면 반듯한 이미지로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의 가족,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현직 알콜 중독자 신세고 맥도너의 거의 유일한 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매춘부 역시 마약을 서슴치 않는 신세다. 이 정도 줄거리를 통해 이 영화가 단순히 한 형사의 막가파 일탈에 대해 이럴 수도 있다, 혹은 이렇게 살면 패가망신이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 줄 것 같지만 결론은 판타지에 가깝다. 마치 전혀 다른 두 명의 감독이 앞부분과 결말부분을 나누어 찍은 듯,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두 번 출현하는 이구아나(카멜레온으로 보이는)의 생뚱한 등장과 악어의 출몰, 거기에 영혼의 브레이크 댄스는 거의 분명히 맥도너의 환각으로 치환해서 이해해야 할 듯 싶었다.


혼미한 정신과 아픈 몸상태, 그러면서도 마약거래상, 멕시코의 재벌 아들, 조직폭력배, 국회의원의 모친, 유명 미식축구 선수등등 신분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헤집어 놓는 맥도너의 행동은 어쩌면 이 남자, 처음 이 길에 들지 않았다면 이토록 악질로 남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엔딩즈음 옛 사진을 정리하며 발견한 임관때 제복입은 그의 사진이 회고를 한다.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뉴올리언스의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가 풀샷으로 보인다. 2005년 태풍이 지나가고 물이 다 빠져 지금은 흔적마저 보이지 않지만 그 와중에 살아 남은 자들은 망령수준인 셈이다. 그리고 그걸 현직 형사의 몸을 빌어 대체해 놓았다. 영화 악질경찰은 오랜만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마약에 취해 마약 중개상들 앞에서 燥症을 보이는 그의 연기엔 진짜 마약 먹은거 아닌가 할 정도로 리얼했다. 어설픈 판타지와 멜로 연기에서 헤매던 그에게 케서방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란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준 역작이었다. 점점 빠져가는 그의 모발이 아쉽지만...

 

 

 

 

 

 

 


악질경찰 (2011)

The Bad Lieutenant: Port of Call - New Orleans 
8.5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에바 멘데스, 발 킬머, 페어루자 볼크, 엑스지빗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