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기너스 - 보낼 일과 남겨진 일에 대한 갈무리

효준선생 2011. 11. 6. 00:05

 

 

 

 

 

다 큰 성인이라면 매사에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할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과거의 특정한 일로부터의 인위적인 단절과 격리는 여의치 않다. 그것이 정신적인 영역안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너무나 잘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이별 역시 일종의 관계의 단절이다.


영화 비기너스에 나오는 부모의 연이은 죽음 앞에서 이미 자랄대로 자란 어른은 힘겨워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의 직업이기도 한 일러스트를 들여다 보면 그의 심리상태가 범상치 않음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프랑스의 배우이면서 정해진 거처없이 이 나라 저 나라를 전전하며 호텔방 신세에 익숙해진 여자, 이둘이 만났다. 남녀의 만남이 주는 알싸하고 뜨거운 장면은 하나도 없다. 마치 10년은 더 산 열정도 식어 정으로 사는 그런 일상적인 부부와도 같아 보였다. 그들은 왜 그렇게 밋밋하게 지내는 걸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강아지 “아더” 사람말을 알아 듣고 그걸 방백으로 관객에게 전달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하는 주인은 전혀 강아지의 의사표현을 알아듣지 못한다. 영화는 3개의 시절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 남자의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돌아다니며 사는 방법을 배웠다면 20세기를 목전에 둔 또 다른 시절엔 병석의 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2003년 우연히 만난 배우와의 멜로라인, 그리고 헤어짐등이 서로 교차하면서 그려진다.


이 방식을 통해 주인공의 정신상태에 대해 메타포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자주 장면 전환을 하는 바람에 기승전결에 익숙한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가 되고 말았다. 게이라고 밝힌 아버지 때문에 동성애와 관련된 표현이 많다. 40년을 넘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감추고 살았던 아버지, 죽음을 앞두고서야 커밍아웃을 하지만 세상을 그를 하직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영화엔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산다는 것, 죽는 다는 것, 그리고 남겨진다는 것에 대해 성찰을 해보자는 주장을 피력한다. 떠나보내야할 대상에 자꾸 미련을 갖고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하여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보면서 시작한다는 두려움을 무엇으로 극복해야 할지를 설명하고픈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자막과 예전의 사진, 나레이션을 활용해 마치 다큐같은 인상을 준다. 영국의 이완 맥그리거와 프랑스의 멜라니 로랑의 조합도 예쁜 축에 속한다. 장강의 강물이 뒤에 따라오는 새로운 강물에 밀려 앞으로 전진하듯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늙고 병들며 세상을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신생의 다음 세대들이 그 대체제 역할을 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어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해답은 없다. 좀 마음 편하게,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운이 좋아 함께 할 수 있는 반려자라도 생긴다면 그게 바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닐까. 영화 비기너스는 힐링 시네마 범주에 넣어볼 수 있겠다.  

 

 

 

 

 

 

 

 


비기너스 (2011)

Beginners 
9
감독
마이크 밀스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플러머, 멜라니 로랑, 고란 비즈닉, 카이 레녹스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2 분 |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