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돼지의 왕 - 우리들의 일그러진 우상이 사라졌다

효준선생 2011. 11. 4. 02:13

 

 

 

 

질풍노도의 시절이라는 청소년기가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 로우틴의 학생들, 그 나이때 흔히들 그러고 말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속에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이 지고 혹은 그 시절의 상처가 성장한 뒤에 트라우마로 남아 정상적인 삶마저도 갉아먹는다.


영화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만화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공식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실사 성인물에서도 다루기 힘든, 그래서 만화의 형식을 빌어왔는지도 모른다. 하드고어한 영상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거기에 유명 배우들의 날 것 같은 더빙은 우울한 모드의 영상과 함께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충분하다.


또래는 그저 한반에서 공부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친근한 감정의 단어가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나보다 더 힘 센 아이에게 굽신거려야 하며 그것도 아니라면 소위 무기를 지녀야했다. 아직은 보호와 관찰이 더 필요한 어린 학생들이 친구가 아닌 생존 경쟁의 무시무시한 적으로 지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위험한 정글에서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종석과 경민은 이제 어른이다. 중학생 이후 한동안 연락조차 안하던 옛날 친구가 찾아오고 둘의 과거사 추억여행은 플래시백 기법으로 그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 두 파트로 나뉘어져 전개된다.


종석과 경민은 유난히 같은 학교 힘센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린다. 겉보기에 유약해 보인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수호신과 같은 철이가 등장하며 그들에겐 을에서 갑으로 신분이 상승할 기회를 잡게 된다. 철이는 독특한 캐릭터다. 약자에겐 수호신이지만 강자에겐 경쟁자 또는 더 강한 자로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도 가정사가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가 지속되고 물론 그들에게 가해지는 리치의 강도도 점점 날카로워진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선생은 주변인에 그친다. 중재의 기능을 요구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생존을 배워간다. 하지만 연이어 몰아닥치는 가해에 철이는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징을 선택한다. 시간이 흘러 술자리에서의 종석과 경민, 추억여행을 마감할 즈음 감춰진 비밀이 폭로되며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폭발한다. 이때쯤 되면 갑자기 오래전 친구를 찾아온 사연과 영화 모두에 보여진 살인 장면, 그리고 철이를 더 이상 세상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들이 한꺼번에 이해를 요구하게 된다.


제목 돼지의 왕에서 왕은 아랫것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 왕에게 충성을 다해 복종을 하는 것은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카리스마를 상실하게 되는 순간 아랫것들이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이 영화 역시 보호막처럼 장치한 철이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아랫것들이 느끼는 심적 동요가 얼마나 큰 사건을 야기했는지를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살아있다는 게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 믿음이 깨지는 순간, 자신의 왕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강박관념들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워낙 잔혹한 장면이 다수 등장하고 거칠고 날카로운 비주얼 때문에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순수한 동요가 어울릴 듯한 그 시절의 아이들이, 마치 조폭들의 그것처럼 그려지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감독의 의도에 적중한 것일까 아니며 나만 좀 앞서나간 것일까

 

 

 

 

 

 

 

 

 


돼지의 왕 (2011)

The King of Pigs 
9.2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정보
애니메이션, 스릴러 | 한국 | 96 분 |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