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 - 청춘, 그래도 아프기만 하진 않다.

효준선생 2011. 11. 8. 00:07

 

 

 

 

 

시대가 새로운 세대를 만든다. 90년대 버블 경제시대엔 오렌지족이 득세하더니만 21세기를 10% 정도 보낸 지금은 소위 88만원 세대가 급전직하해 더없이 불안한 청춘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88만원으로 한달을 못버티는 건 아니지만 모을 만한 여력이 없다는 건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과연 우리 주변의 청춘들에게 진짜 돌파구가 있나 없나 실험을 해본 케이스가 영화에 적용되었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처럼 요즘 청춘들의 자화상을 잘 그려낸 영화가 있을까 싶다.

돈이 없어 사랑은 생각지도 못하는 남녀, 남자에겐 돈을 모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부족하고 여자에겐 돈을 모아 하고픈 일이 없다는 핸디캡을 갖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웃사촌격인 그들의 서식지는 조만간 철거가 예정된 재개발지구의 옥탑방, 다양한 이야기가 끼어들지만 결국 돈 타령만 하다 정말 마당사촌이 된 그들. 돈을 부풀리려는 여자에게 남자는 그저 차명계좌를 만드는데 일조한 도우미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리 없는 남자는 예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돈 모으는 재미에 점점 녹아들고 이런 저런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옥탑방의 불안한 청춘에게도 서광이 비추는 듯 싶었다.


하지만 목적있는 만남과 연이은 불행이 겹치면서 점차 가까워지던 그들의 사이가 얼음장이 되는 순간, 직감했다. 한바탕 싸우다 다시 조우하겠구나 하는. 조근조근한 에피소들은 이미 다 등장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눈물이나 감동을 선보이겠구나 하는 추측이 가능했고 역설적으로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피치를 한껏 고무시키지 못한 이유는 푼돈을 모으는 데 그토록 악착같았던 여자가 어떻게 세상살이엔 그토록 쑥맥인지, 물경 2억이나 되는 돈을 모아가면서도 그렇게 쉽게 헛똑똑이 짓을  할 수 있는지, 재테크의 여왕처럼 보였던 캐릭터가 순식간에 사그라져 버린 이유때문이다.

 

여자가 이런 말을 했다. 치타에게 잡혀먹는 영양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니? 치타보다 빨리 달리려 하지 말고 다른 영양보다 빨리 달리면 된다고. 구홍실로 대변되는 악착 청춘은 어리버리 인생으로 대변되는 천지웅보다 좀더 머리를 쓰거나 혹은 푼돈을 만지는 재주는 가졌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약자의 재물을 빼앗는 가진 자의 탐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셈이다. 그래도 돈이 들기에 꺼려진다는 종교, 병, 연애 중에 그녀에게 다시 희망을 불러 일으킨 요소는 사랑이었다. 그토록 악착같이 돈을 모았던 이유가 다소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아무튼 그런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는 천지웅의 모습은 “여우”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곰”처럼 보였다. 


사실 이 영화는 자잘한 에피소드 말고도 송중기, 한예슬이라는 큐티함으로 이미지화에 성공한 두 배우의 호소력도 만만치 않다. 구질구질한 옥탑방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늘 깔쌈한 얼굴로 배시시 웃는 모습에 그들의 팬덤은 자지러지지 않을까. 


로맨틱 코미디의 결론은 늘 일치한다. 우연한 만남, 이어지는 룰루랄라, 오해와 결별, 막판 뒤집기 갈등해소, 해피엔딩. 가진 것을 모아가는 즐거움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두 남녀에게 사랑은 다시 시작하는 적금통장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행복해지기 위해 애를 쓰기에 사람은 불행하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청춘은 아름답다. 그것도 동변상련해주는 반려가 곁에 있다면 더더욱. 

 

 

 

 

 

 

 


티끌모아 로맨스 (2011)

8.5
감독
김정환
출연
한예슬, 송중기, 이상엽, 신소율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4 분 |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