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너는 펫 - 애완과 애정 사이에서 길을 묻다

효준선생 2011. 11. 9. 00:21

 

 

 

 

 

펫이라면 좀 귀여운 구석이 있어야 하건만, 강아지를 빙자한 늑대수준이니 한 집에 놓고 키우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늘 아역배우로만 보았던 친구가 훌쩍 자라서 여배우중에서도 작은 키가 절대 아닌 김하늘의 머리위에 있다. 누군가 하니 바로 근짱 장근석의 이야기다.


영화 너는 펫에서 그는 친구의 누나네 집에 얹혀 살면서 자칭 애완견 노릇을 하는 춤꾼이다. 왕년에는 잘나가는 발레리노였다고 하지만 부상을 당한 뒤엔 무대위에서 그룹 댄서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왜 남의 집, 그것도 연상녀의 집에서 뭉개는 걸까


1990년대 초반 나상만이 쓴 <혼자 뜨는 달>은 당시 틴에이저들의 은근하지만 까발리기 어려운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매우 요령있게 담아낸 소설이다. 영화 너는 펫을 보면서 벌써 20년이나 된 이 소설의 일부가 떠오른 것은 내용 전개와 큰 상관없이 연하남인 선랑과 누나의 친구 현주의 애매한 사랑이야기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누나의 친구는 그냥 누나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 오르지 못할 나무에 덥썩 올라보려고 했던 이유는 현주라는 캐릭터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상당한 매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소설가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며 부채질을 연신하는 바람에 다음 편이 언제 나올까 목빠지게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잘나가는 잡지사 에디터, 나이가 좀 많지만 후배들에게는 카리스마 짱이고 예전에 알고 지낸 학교 선배와의 썸씽도 무르익어갈 참이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강아지나 한 마리 키워 해소해볼 요량이었는데 그게 견공이 아닌 인간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러저럭 나쁘지 않는 듯 싶다.


이 영화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노랑과 분홍으로 가득채울 수 있는 팬시함이 물씬난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펫에게 다가서는 과정이 오락가락 한다. 진짜 펫처럼 대하는 건지, 아니면 페로몬이 물씬나는 연하남에게 끌려서 그러는 건지 중심을 잡기 어려워 보인다. 거기에 선배와의 로맨스마다 끼어드는 이 놈의 펫. 도대체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까


영화는 가상의 애완 펫과 현실의 애정 선배와의 직접적인 만남, 다시말해 삼자대면이후 꼬인 실타래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어쩡정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의 바람에 휘둘리는 거야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그 나이 먹도록 자신이 선택할 남자에 대해 오락가락한다는 게, 그래서 여태 솔로였구나, 그래서 아직도 허황된 결혼관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무개념 추측수준에 이르게 한다.


시체말로 골드미스에 번듯한 집, 인정받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화 말미 여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상하이로 파견간다는 애정남의 거의 프로포즈적 제안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 그런데 런던으로 떠난다는 애완 펫 때문에 공항까지 납셨다는 결론은 결국 여자 눈에도 한 살이라도 어린 영계가 더 마음에 든다 이 말인가.


웃자고 만든 로맨틱 코미디이긴 하지만 현실에다 그대로 대입하기엔 정서적으로 모호한 면이 적지 않다. 거세당한 숫컷(?)이 우왕좌왕하는 시절이 도래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주체적 자아상실이 반드시 사랑의 선택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愛玩 같은 사랑은 나이가 들면 생각보다 금새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여자말고 어린 남자가.

 

 

 

 

 

 

 

 

 


너는 펫 (2011)

8.9
감독
김병곤
출연
김하늘, 장근석, 류태준, 정유미, 최종훈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10 분 |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