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스트리스 - 떠나야 할 사람은 이곳에 머물지 않는다

효준선생 2011. 11. 2. 01:20

 

 

 

 

 

영화 레스트리스를 보기전 과연 이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영어사전에 나와 있는 침착하지 못하고 들뜬 이런 의미가 아닌 좀 더 다른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영화를 보기 전엔 쉽사리 적당한 의미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알아내기 어려웠던 것은 영화속에서도 등장했다. 세 명의 젊은 청춘들에게 포커스를 맞춰가며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리고 죽었다는 것에 대해 때로는 헐겁게, 때로는 조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마치 연극 속 독백처럼 들려졌다.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연령이나 직업,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은 아프거나 상처받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더 중요했다. 사고로 부모님을 동시에 잃고 이모와 살고 있는 에녹, 늘 까치머리를 하고서는 동네 장례식에 참석해 마치 지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조문개처럼 행세하며 소일한다. 그런 탓에 그는 늘 검은 옷을 차려입는다.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애나벨은 이제 곧 죽어야 할 운명이다. 두어달 남은 잔여기간동안 그녀에게서 보여지는 것은 암투병으로 인한 고통과 후유증, 마지막 발악 이런 것들이 아니라 새로 만난 에녹과의 소통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소통이다. 에녹과 애나벨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일견 유치하기까지한 장난을 치며 그 또래 아이들이 놓쳐버린 유희를 즐긴다. 남은 시간 동안 해야할 몇 가지를 말하는데 에나벨은 그의 말에 그저 싱긋이 웃고만 있다. 여타 영화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가 등장하면 대개 바다가 보고 싶네, 누군가를 만나고 싶네 하면서 바로 로드무비로 빠지지만 이 영화는 그런 상투성을 버리고 다소 판타지한 선택을 한다.


다시 에녹의 입장으로 돌아와 보면, 부모님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 중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은 사망하고 자신만 살아 남았다. 그 행선지는 바로 이모, 그런데 지금은 이모와 살고 있다면 에녹은 이모를 어떤 시각으로 볼까. 그가 시간이 나면 장례식장을 기웃거리는 이유도 어쩌면 그래야만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학생처럼 보이지만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속내를 터놓을 유일한 말상대는 애나벨이 아닌 히로시라는 유령이다.


이 영화가 판타지스럽다고 말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이 히로시라는 인물때문이다. 에녹 곁에서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그는 1941년 일제의 카미카제 비행사로 참전한 인물이다. 바로 진주만 사건때 자살비행단원이었던 것이다. 어깨에 일장기가 붙은 군복을 입고 어슬렁 거리는 그의 모습에선 잔혹하고 몰인정한 군인의 모습이 아닌 타의에 의해 전쟁터로 끌려와 산화한 청춘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가 당시 유서처럼 가족에게 남긴 편지는 60년의 시간이 흘러 에녹의 손에 들려있고 애나벨의 죽음과 맞물려 묘한 평행이론으로 상기되었다.


에녹은 죽음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라고 유일하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죽어 본 적도 없으면서 죽어야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죽으면 연기 한줌이 눈앞을 스쳐지나며 헐벗은 육신만 남겨짐에도 사후세계에 천당이나 극락행만을 소원하는 사람들에겐 그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삶보다 죽음의 이미지를 더 많이 다루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시작해 묘비가 가득한 묘지, 영안실, 병원등. 그러나 그 안엔 죽음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고통이나 절규는 배제되어 있다. 오로지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 구분안에서 죽음을 맞이 한 자를 잘 보내주는 것, 다시말해 히로시처럼 죽었음에도 구천을 떠도는 혼령에 대한 위무이자 애나벨처럼 이제 곧 히로시의 뒤를 따를 또 하나의 삶에 대한 굿바이의 성격이 짙다. 잘 사는 것 이상으로 잘 죽는 것도 사람의 과제가 아닐까 제목 레스트리스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레스트리스 (2011)

Restless 
8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미아 와시코우스카, 헨리 호퍼, 카세 료, 제인 아담스, 슈일러 피스크
정보
드라마 | 미국 | 91 분 | 201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