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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명인간 그리프 - 내 마음속의 영웅, 사랑의 옷을 입다

효준선생 2011. 10. 28. 00:00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자신답지 못하다. 가면을 쥐여주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할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일상에선 평범하다 못해 매사에 자신감 결여인 듯 소심하게 행동하는 남자, 그런 그가 자신의 신분과 외모를 거의 완벽하게 커버를 하고 나면 완전 딴 사람이 된다. 불의를 보면 못참고 나서서 싸워주지만 사람들은 그를 정의의 용사 또는 우리의 친구 액션 히어로라 하지 않고 도망을 치기 일쑤다.


영화속 액션 히어로의 모습이란 대개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제거당하거나, 혹은 말그대로 외계에서 왔거나, 자신도 모르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을때 짜잔하고 등장해왔다. 그런데 사실 그런 영웅이 얼마나 될까 다 만화속 이야기같아 볼때는 우와하지만 보고 나서는 금새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진짜로 우리 주변에 이런 영웅 하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캐릭터가 있다. 바로 그리프다. 영화 투명인간 그리프는 초현실속 불가능한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내게 힘이 있다면”이라는 희망사항에 불을 지펴주는 내 편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초능력 운운하는 현실 부적응자 그리프 옆에서 있는 그녀의 여자친구 멜로디에게서 컨설팅을 맡겨놓는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그리프의 짝도 아니었다. 그녀역시 어딘가 수상해보이고 그래서 그리프 형의 여자친구였음에도 자꾸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다니는 그리프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형의 여자친구를 빼앗은 셈이지만 영화는 그런 애매한 러브라인은 신경도 쓰지 않고 히어로를 보는 우리의 이중적 시각과 더불어 사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사람들에게 그럼 사회 부적응자에겐 어떤 치료약이 필요한가요? 라는 묻고 있다.


한가지 폭로하자면 그리프는 투명인간도, 기운 센 천하장사도 아니다. 그래서 악당들과 싸우는 것도 별로 당차보이지 않고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오르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늘 문제발생시엔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음에도 열심히 초록 옷을 입고는 밤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멜로디의 입장은 좀 독특하다.


누군가 자신의 단점을 알고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격려를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톡 까놓고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를 나름대로 선택하게끔 한다. 나중엔 멜로디의 진심이 밝혀지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삐거덕거리도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될 때 많은 사람들의 이런 저런 충고와 격려가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이치와 같아 보였다.


영화 투명인간 그리프의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슈퍼 히어로라고 해서 배트맨, 슈퍼맨처럼 선악을 구분짓고 권선징악만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그런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젊은 친구의 내면의 갈등이 그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명한 독특함 컨셉의 호주 영화다. 

 

 

 

 

 

 

 

 


투명인간 그리프 (2011)

Griff the Invisible 
8.5
감독
리온 포드
출연
라이언 콴튼, 매브 더모디, 토비 슈미츠, 패트릭 브래몰, 켈리 파터니티
정보
로맨스/멜로 | 오스트레일리아 | 93 분 |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