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커플즈 - 독특한 구성과 편집이 돋보이는 사랑 방정식

효준선생 2011. 10. 26. 00:11

 

 

 

 

2011년 대한민국의 초혼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노총각 노처녀들은 서로를 골드세대라 부르며 홀로 산다는 것에 별로 거리낌도 없다. 혹자는 경제적인 문제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돈 많이 버는 자신이 왜 결혼이라는 제도하에서 발목 잡혀사냐며 화려한 싱글을 구가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는 좀 다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며 좀 더 가까이 하고 싶고 그걸 사귄다라고 정의하면 사귐 자체를 거부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단지 서로에게 통하는 끌림이 없다 뿐이다.


진실한 사랑을 부르짖던 시절은 분명 아님에도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진실이라고 믿고 산다. 간혹 이 철석같은 믿음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부나방같은 인간들도 있긴 하다. 사람 사이의 감정의 문제중 가장 많이 다뤄지는 이 사랑의 정의에 대해 영화 커플즈는 내용보다 스타일과 편집에 많은 비중으로 둔 작품으로 보였다.


일단 독특했다. 시작하고 40여분 정도가 지나며 생각한 바와 좀 다른 구조임을 알게 된다. 느슨한 옴니버스 영화인가 싶다가 그게 아님을 알게 되면서 아연 속도감을 높인다.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에게 갑자기 다가선 묘령의 여자, 그녀는 언제부터 이 남자에게 관심을 두었을까 그리고 헤어지려는 여자를 두고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느낀 남자, 정말 사랑은 변하는 걸까. 사랑은 명목이며 더 큰 물욕에 눈이 어두운 여자, 과연 곰 같은 남자 앞에서 진심의 눈물을 보이는 건 믿을 수 있을까


다섯 명의 남녀 주인공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러닝타임을 지배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편집에 엄청난 공력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재미있는 시퀀스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지속된다. 관객이 보기엔 보여지는 배역에만 신경을 쓰게 마련인데 그 이면에서도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는 묻히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는 되살아 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이 영화 중간에는 사진관의 스튜디오로 보이는 공간에 남녀가 앉아 자신들의 운명적인 만남을 예기한다. 다들 그런 우연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들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그 상황은 전부 하나의 사건이 지나가며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한 것들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사랑이 보여지지만 각각 커플들에게서 진정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관객들에게 여러차례 노출시킨 이들의 믿기 어려운 사랑의 행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고백과 눈물에 자꾸 의심이 간다. 제목처럼 몇 쌍의 커플이 성사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연분이라고 우겨가며 교묘하고 영리하게 꼬아놓은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꼼꼼이 체크하는 것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영화 초반 은행강도가 등장해 인질로 잡힌 고객들에게 “용기내지마, 용기내지마” 하는 장면이 상당히 웃겼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 가문의 영광을 찍은 정용기 감독 작품이다. 

 

 

 

 

 

 

 

 

 

 


커플즈 (2011)

9
감독
정용기
출연
김주혁, 이윤지, 이시영, 오정세, 공형진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한국 | 110 분 | 201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