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워리어 - 피는 주먹보다 진하다(강추)

효준선생 2011. 10. 25. 01:30

 

 

 

 

 

마치 탕아처럼 보였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는지 거칠고 날이 서있다. 그래도 억눌렸던 시간의 소회를 다 풀지 못했는지 집 근처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며 기세를 누른다.


학교에서는 성실한 물리 선생이지만 은행대출상환금을 갚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쫒겨나야하는 신세다. 거기에 불법 격투기 시합에 알바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정직을 먹는다. 이 남자가 사는 길은 큰 상금이 걸린 종합격투기 시합에 나서는 길 뿐이다.


작은 아들이 집에 돌아오고 격조했던 큰 아들에게 냉대를 받는 노인. 알콜 중독의 신세에서 간신히 벗어났나 싶지만 두 아들에겐 괄시의 대상일뿐이다. 영화 워리어는 제목의 원뜻과는 좀 다르게 삼부자의 고단한 과거사와 현실, 생존과 죄책감을,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육각형 링위에서 조우시키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김질 한 영화였다.


아무도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혼자만 살아남아 전우에 대한 미안함과 유족에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상, 경제적 빈곤함을 타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몫돈, 형제는 먼길을 돌아 얄궃은 운명으로 다시 만났지만 그 결과는 정말 알기 어려웠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의미심장했다. 두 아들의 과거사를 디테일하게 알려주는 대신 그들이 조만간 링이라는 정글에서 만날 것이라는 암시를 지속적으로 준다. 그 스릴의 힘은 매우 좋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경기를 치루면서 아주 조금씩 밝혀지는 과거의 이야기들, 그걸 짜맞추면서 이들은 어쩌면 결승에서 만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스포츠 영화의 백미는 역시 시합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도 형과 동생이 각각 센 상대를 만나 고전끝에 신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차이가 분명있다. 동생보다 다소 왜소한 체구의 형은 암바, 니바등 꺾기 기술을 잘하지만 일발장타력이 부족해 보이고, 동생은 한방이면 끝나 식으로 초전박살을 모토로 삼는다. 형제의 승승장구 사이사이, 형제끼리의 인간적 고뇌와 아버지와의 갈등이 양념처럼 버무려 지고 세상에서 가장 센 종합격투기 선수도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긴장상태로 몰아간다.


스파르타로 불리는 이 영화속 종합격투기는 일반 복싱과는 그 강도에서 궤를 달리한다. 입식타격인 K-1에 그라운드 기술과 꺾기 기술을 추가해 인간의 스포츠중 가장 무자비한 게임으로 불린다. 그러니 그걸 보여주기 위한 배우들의 연기와 화면에 비춰지는 경기장면들은 여타 복싱 영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경기장면은 더욱 거칠어지고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전율과 통쾌함도 동반상승한다.


분명 형과 동생은 같은 링에서 맞붙는다. 그러나 승부를 떠나 그들이 펼쳐 보이는 격렬한 몸짓은 그저 상금을 타내기 위한 단순한 몸부림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상처를 받은 아메리카 드림의 극복과정이 아니었나 싶었다. 액션영화 범주에 들어가지만 형제에게 투영된 팍팍한 삶의 고단함은 바로 오늘을 사는 미국인의 그것이며 격렬한 격투기를 보며 환호하는 관중은 오늘을 잊어보려는 서민의 심리가 아닐까 싶었다.

 

 

 

 

 

 

 

 

 


워리어 (2011)

Warrior 
7.2
감독
개빈 오코너
출연
톰 하디, 조엘 에거튼, 제니퍼 모리슨, 닉 놀테, 케빈 던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