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타임 - 이토록 시크한 거시 경제학 개론(강추)

효준선생 2011. 10. 27. 07:42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는 희생되어도 어쩔수 없다는 말을 듣고도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인지상정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고 부자는 행복이 없다는 말엔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면 사는 맛이 없을 듯 싶다. 자신이 죽는 그 시점을 알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생명연장을 꾀하는 세상이 도래했을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인간의 생명을 시간이라는 재화로 치환해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근원의 속성을 다룬 대단히 유니크한 영화가 바로 인타임이다. 밋밋한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차별적인 삶, 재벌권력과 금융자본의 부정과 이기적 행태, 권력기관의 무소불위적 공권력 행사, 탐욕과 사리사욕을 위해 타인의 재화를 강탈하는 정글같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대한 반발등을 2시간이 채 못되는 시간안에 촘촘하게 심어 놓아 마치 거시경제학 개론을 독파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멀지 않은 미래, 인간은 정확하게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이 지나면 일년의 시간이 자신이 팔뚝에 찍힌다. 그 시간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재화나 다름없다. 즉, 쓸 수 있는 돈이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스물 다섯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 수 있거나, 혹은 하루만에 소진하고 죽을 수도 있는 선택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영화의 초입, 길바닥에 누워 죽은 사람을 비추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왜 그가 거리에 쓰러졌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그꼴이 될 수 있음에 경각심을 갖게 될 뿐이다. 생과 사에 흐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다. 여기엔 몇가지 규칙이 있다. 돈에 해당하는 시간이 필요하면 일을 해서 벌어야 한다. 혹은 타인에게 양도를 받던지 혹은 빼앗으면 된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죽은 목숨이다. 여기엔 심오한 현재의 사회병리현상이 담겨져 있다. 그럼 시간을 안쓰면 되지 않냐고, 안쓴다고 자연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인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에는 돈(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180일을 소비할 수도 있다. 또하나, 인위적인 인플레를 연상시킨다. 어제와 오늘의 물가가 다르다. 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코 시간을 모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워킹푸어가 되거나 도태된다.


데이톤이라는 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달리 뉴 그리니치에 사는 부자들은 영생을 꿈꾼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데이톤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부를 해주고 얼마되지도 않는 재화를 반강제적으로 취득하며 부를 불려간다. 이런 점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월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90의 재화를 가진 자들은 20의 재화를 가진 자들에게서 10의 재화를 반강제적으로 강탈한다. 인플레를 조장하고 환율을 조작하고 고금리 대출과 상환등으로 아주 손쉽게 이득을 취한다. 100을 채운 그들은 200을 가진 극소수의 자본권력에 기생하며 상위권 도약을 꿈꾼다. 극빈층으로 전락한 10의 재화만 가진 자들은 그들끼리 재화를 나누며 빈곤한 삶을 영위할 뿐이다. 그들은 결코 위로 올라갈 사다리를 밟아 보지도 못한다. 아니 사다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이미 걷어차 버린지 오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윌은 우연히 알게 된 낯선 이로부터 그동안 몰랐던 사회 시스템에 대해 듣게 되고 변혁을 위한 전사가 된다. 부자동네로 들어가 그들의 추악한 부정에 대해 칼을 겨누지만 중과부적임을 알고는 대표적인 대부업체의 딸과 그곳을 탈출한다. 이들을 노리는 타임키퍼의 추격으로부터의 도주과정,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는 그들의 기상천외한 방식은 1% 세상에 반기를 드는 99%의 도전과 다름아니다.


대부업체 회장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의 생명을 통제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 과정에서 부의 편중은 어쩔 수 없으며 그 방어선이 무너진다면 사회 시스템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라고.


분노스럽다. 누구에겐 몇 천년의 시간을 갖고 떵떵거리며 살며, 누구에겐 하루의 시간마저도 감지덕지하게 살아야 하는 시스템. 못가진 자로부터의 봉기는 시작되고 그 결말은 영화속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은회색으로 점철된 미래의 자화상은 불투명한 것처럼, 말도 안되는 분배론자의 허상이자 허구다라고 공박할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시간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딸의 안녕을 위해 필요한 단돈(?) 천년의 시간도 기부할 지를 망설이는 재벌의 행태를 보면서 가진 자의 행복은 결코 재화에 있지 않음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 인타임은 앤틱한 명품 자동차가 그렇게 미래적인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시크함과 다양한 액션, 그리고 고집스럽게 보여주는 사회적 메시지가 잘 어울린 수작이다.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듯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몇 년동안 멜로물에 꽤 잘어울렸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조합도 매력적이다.

 

 

 

 

 

 

 

 

 

 


인 타임 (2011)

I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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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올리비아 와일드, 알렉스 페티퍼, 맷 보머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09 분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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