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파이 파파 -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아빠

효준선생 2011. 10. 14. 01:16

 

 

 

 

어릴 적 분명히 그런 놀이를 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자아이들은 “무찌르자 공산당, 몇 천만이냐” 하며 고무줄 놀이를 했고 남자아이들은 북한에서 뿌린 삐라를 주으러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다 귀가를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혼쭐이 나는 사태가 빈번했다. 학교에서는 애국조회니, 애국가 제창이니, 국민헌장 암기니 해서 국가 안보만이 살길이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귀순 간첩들을 초청해 강연회도 심심치 않게 들었고 골목 전신주에 붙은 전단지에 찍힌 간첩을 신고하면 얼마, 간첩선은 얼마라는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영화 스파이 파파는 때 아닌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추억의 그 시절 한토막을 드라마와 코미디를 반씩 섞어 놓은 오락영화다. 알뜰한 예산으로 찍은 탓에 화려한 캐스팅과 대규모 로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아역 배우의 열연으로 흐뭇한 미소를 띠며 볼 수 있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가르친다면 보수와 진보성향등 기성세대들의 반목과 학부모들의 간섭등으로 차라리 다루지 않는 편이 속편한 일이지만 1974년 당시엔 오로지 한 목소리였다. “반공만이 살길이다” 사실 그 목소리의 원류는 당시 집권세력인 군사정권의 통치이념이기도 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그나마 입에 풀칠하고 살 수 있었던 근저에 자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한다는 논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던 시절, 외부로 부터의 야욕, 그것도 전쟁이 끝난지 사반세기도 안되었으니 상당히 효과적인 통치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간첩이라는 게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라는 가정하에 영화 스파이 파파는 현대 한국사회 가 가지고 있는 이념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1974년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의 최고조기로 자식이 아버지를 자아비판 단상에 몰아 세우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 아빠와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간첩이라면? 아이들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바 대로, 늘 노래 부르듯이 바로 신고를 하면 그뿐 이겠지만 사랑하는 아빠인데, 이제 갓 10살 쯤 되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고민이 안될 수가 없다. 아이의 고민에 덧붙여 영화는 흥미로운 한 가지를 첨부한다. 바로 땅투기의 재미를 예견한 것이다. 영화속에 부동산 중개업소 주인이 늘 강남 땅을 사라며 찍어주는데, 그 정보는 바로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얻은 것들이다. 종이에 대치동, 도곡동, 압구정동이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웃음이 났다. 만약 간첩들이 활동자금으로 당시에 강남 땅을 사두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이들 간첩들은 제 역할이 답지 않아 보였다. 국장네 인기척을 살피거나, 활동자금 10만불의 행처를 찾아다니 게 다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간첩들의 소행을 들춰 내며 반공이데올로기를 고취하려는 주제가 아니었다. 가족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할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고민하는 어린 아이들의 대화속에 답이 있다. 굳이 간첩질이 아니라도, 도둑질, 사회적 비리행위,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아버지를 보며 그 자식들은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은 지 한번 쯤 생각해보자는 의도 같아 보였다.


요즘 그런 아버지는 많다. 기득권 행세를 하며 부정을 저지르고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검찰,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수많은 아버지들. 당신의 아이들의 선량한 눈을 보면 그러지 못할 텐데... 영화 스파이 파파를 보고는 뜬금없는 내용의 아이들 만화같은 영화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지금의 중년에게는 추억을, 지금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석이조의 짬짜면 같은 영화다.  

 

 

 

 

 

 

 

 

 

 


스파이 파파 (2011)

9
감독
한승룡
출연
이두일, 김소현, 민경진, 박노식, 이승연
정보
가족, 코미디 | 한국 | 80 분 | 201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