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늘 - 용서는, 미움을 마음 한켠에 잠시 숨겨두는 것

효준선생 2011. 10. 12. 23:52

 

 

 

 

 

비가 오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올 사람도 없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멍하니 앉아있기를 반복하는 여자가 있다. 정신이 나간 건 아니다. 자신의 생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기일로 만들어 버렸다는 자책감과 사랑의 결손으로 힘겨워 하는 중일뿐이다.


집으로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과 타이틀 롤 송혜교의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로 화제가 된 영화 오늘은 한마디로 정의해서 “당신에게 용서란 무슨 의미인가요?”이다. 러닝타임 대부분을 용서와 관련된 아포리즘으로 단단하게 채워 놓고 이를 무수히 반복적으로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개중에는 이미 들어본 것도 혹은 다소 작위적인 것들도 있지만 무엇 때문에 그토록 용서라는 단어에 천착하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 이 영화를 읽어내는 방법이다. 다소 피곤한 작업일 수 있지만 이런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용서는 미움이라는 놈을 마음 한 귀퉁이에 잠시 밀어 넣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남독녀 외딸을 잃은 어느 중년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세상은 그녀에게 용서를 하라고 강권하는 것일까 자신 스스로도, 감방에 가있는 범인도 용서를 하거나 구하려고 하지 않는데, 누군가가 원수를 용서하라고 하니,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은 그뿐인 듯 싶었다.


극악무도한 악인이 내 소유를 해치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불이 일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불을 가슴에 평생 가두고 사는 사람에게 이제 그 불씨를 가슴속에서 꺼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재마저 꺼낼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 오늘은 종교적인 기댐을 하고 있다. 특정 종교의 교리에 의거해 자꾸 용서를 입에 달고 산다. 그 무수한 반복에 지칠때쯤 이 모든 사단의 시작이 보이며 인간사 찰나의 우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 남자, 그가 여자친구의 문자를 확인만 했다면 결코 오토바이와 부딪칠리 없을 것이고 여자친구가 가게에서 휴지만 사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마을 버스를 탈 수 있었을 것이다.

용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심적 부담이다. 용서를 한다고 말을 하고 마음을 먹는다고 실제로 용서가 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죽은 자가 다시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범인까지 용서하란 것도 아니다. 내가 용서해서 풀려난 범인에 의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그건 내 책임일까 아닐까


주인공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캐릭터는 어린 소녀다. 이유 없이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도 그 아버지 앞에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자신이 용서를 하겠다는 강단은 현실적인 것일까 또 아픈 몸을 해쳐가며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자신의 용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오로지 단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몇 개의 시츄에이션에 대입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영화 오늘, 마치 2시간 짜리 철학강의를 들은 듯 싶다. 제목으로 쓴 오늘은 자주 등장하는 어제 간 사람이 그토록 바란 오늘이라는 문구에서 인용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오늘만 소중한 것은 아닌 듯 싶다. 내일은 오늘 갈 누군가에게 그토록 소중한 또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심지가 굳으면, 그리고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면 용서는 附隨된다. 어린소녀가 엔딩에서 늘 용서라는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에게 말한다. 지구밖에서 보면 이곳에서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울까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 것 같다고... 사랑을 잃었다고 말하지만 그게 그 난리를 치고, 용서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일까 그 “여자”가 만들어 내는 심리적 차꼬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오늘 (2011)

A Reason to Live 
9.2
감독
이정향
출연
송혜교, 남지현, 송창의, 기태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19 분 | 2011-10-27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