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밴드 명 올 댓 아이 러브 - 폴란드, 1981년 그해

효준선생 2011. 10. 10. 00:01

 

 

 

 

 

1981년 대한민국은 민주화의 바람이 순식간에 불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그해였다. 바다 건너고 산을 건너 저 멀리 폴란드의 어느 중소도시에도 소련의 간섭과 억압으로 서민들의 분노가 서서히 팽창하던 때였다. 자기가 하고픈 말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바로 비민주적 사회라고 보면 영화 밴드 명 : 올 댓 아이 러브는 당시의 시대상을 적절하게 긁어내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무명의 아마추어 밴드, 폐차안 공간이 그들의 연습공간인 그들, 공연장에 초청 받는 게 거의 유일한 희망이자 낙인 그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들은 서로의 직업을 물어가며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고, 자국 출신의 프락치들 때문에 하고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산다.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10년이나 남았던 그 시절, 풍경으로만 보면 책에서 배웠던 것처럼 공산주의 치하의 빈한한 경제구조와 소련의 압제에 시달리는 식민지 국가의 국민의 모습이 맞다. 그러나 고등학생인 야넥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란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어른들의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고 마치 동네 양아치들처럼 희희낙락하며 지낸다. 미국의 락 음악과, 미국의 담배를 즐기고 그리고 동네에 사는 유부녀 꼬시기등등. 그러나 기성세대들에게 닥친 몇 가지 사건에 휘말리며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조국의 현실에 점점 지쳐간다.


이들이 비록 밴드 멤머로 나오지만 무대에 올라 멋진 연주를 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야넥이라는 젊은이의 방황과 일탈적 행위를 통해 자존감을 상실한 폴란드의 현실과 대입, 암울한 사회를 조명하는데 노력한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서독으로 이민을 간다는 여자친구 마저 제대로 잡지 못한 야넥, 담벼락에 숨은 채 기타를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자못 쓸쓸해 보였다. 한 편 야넥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폴란드의 기성세대들의 가치관은 그나마 희망을 엿보게 했다. 통치권자 입장에서 보면 불온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라며 등을 두드려 주고 그로인해 머나먼 외지로 차출당하는 수모를 겪자 중요한 수입원인 일자리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인다.


10년이 지난 1990년 초 폴란드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다. 자유와 민주를 스스로가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야넥과 친구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희망을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기성 세대와 마찬가지로 당치 않는 꿈만 꾸고 있을까 영화 진행상 두어 군데 낯뜨거운 장면이 등장한다. 야넥을 폴란드 자체로 인식한다면 못 볼 만 한 장면은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이 낯선 영화보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밴드 명: 올 댓 아이 러브 (2011)

All that I Love 
10
감독
아첵 보에르추크
출연
마테우시 코스치우키에비치, 올가 프리치, 야쿱 기에르샬, 안드셰이 히라, 안나 라드반
정보
드라마 | 폴란드 | 95 분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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