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나 : F1의 신화 - 그의 레이싱은 영원할 것이다.

효준선생 2011. 10. 6. 00:48

 

 

 

 

포뮬라 원을 의미하는 F1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 종목이지만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는 엄청난 인기와 부를 가져다 주는 알짜배기라고 한다. 전남 영암에 시설을 짓고 작년에 한 번 개최한 모양인데 초창기라 적자타령 때문에 솔직히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대신 류시원, 이세창등 연예인들과 연관지어 자동차 경주가 매니아들에게는 상당한 관심거리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영화 세나 : F1의 신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적의 아일톤 세나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한 레이서로 영화를 통해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된 셈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1994년 5월 1일 경기 도중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인물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남겨진 사람들에 의해 씌여진 영상 타서전인 셈이다. 죽은 사실과 날짜를 알고 보았기에 전반부 그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말이 들리고 경기에 나가는 모든 것이 고정된 한 날짜에 맞춰 달리는 것 같아 보였다.


인생은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세나의 죽음은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레이서로 한창 때인 서른 중반, 강력한 라이벌도 은퇴한 마당에 그의 전성시대가 도래할 즈음, 그의 죽음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허탈함을 남겼을 것이다. 영화는 마치 그가 요절할 것을 알고나 있었던 듯 상당한 분량의 그와 관련된 필름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그 흔한 재연 장면 하나 없이 힘들게 수집했을 비디오 영상과 육성 테이프로 연대기 별로 늘어놓은 작품임에도 마지막 레이스를 향햐 달리는 레이서와 마찬가지로 뒷부분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의 인생을 조명하면서 극적인 장면을 몇 가지 삽입했다. 그의 선배이자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알랭 프로스트와의 경쟁심, 그리고 90년대 이후 등장한 컴퓨터의 힘을 빌린 스포츠카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흥행을 위해서 선수들의 안전문제가 경시되는 장면들을 함께 다루고 있었다. 거기에 세나가 말하는 브라질의 경제적 현실과 소속사를 옮기면서의 마찰과 갈등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첨가되면서 맛깔나는 요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죽음이라는 재 앞에서는 모든 것이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그의 죽음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 말미, 즉, 세나의 퇴장과 맞물려 현존하는 최고의 레이서로 꼽히는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의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4년 미하엘 슈마허는 F1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록이 보였다. 어디든 마찬가지로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이 있듯, 세나는 그렇게 지고 말았다. 당시 신성으로 꼽히던 미하엘 슈마허가 은퇴를 운운하며 갈지자 행보를 하는 요즘을 보니 시간이 참 많이 흐른 듯 싶다.


영화 마지막 장면 산마리노 GP 경기 그는 엄청난 속도로 레인을 질주하고 그 속도감은 비록 거칠고 선명치 않은 화면이지만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돌 사고. 어 하는 순간, 정적과 오열이 교차했다. 세나의 죽음과 관련되어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어찌되었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그의 명복을 뒤늦게라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