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얼스틸 - 깡통로봇, 아버지 그리고 나(강추)

효준선생 2011. 10. 7. 01:00

 

 

 

 

 

멀지 않은 미래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파이터 역할을 한다. 복싱 선수들은 다 굶어 죽을 판이지만 로봇을 앞서우고 매니저 역할을 해내니 펀치 드렁커는 생길 일이 없을 듯 싶다. 영화 리얼스틸은 2020년 인간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들의 복싱 경기를 두고 부자간의 정을 애틋하게 담아낸 드라마다. 물론 폐기물 처리장에서 주어온 로봇을 대신 내세워 판돈을 놓고 싸움을 붙이는 인간이 좀 밉긴 하지만 그래도 링위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분투하는 것 보다는 한결 덜 우악스럽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다는 이야기는 드물지 않다. 심지어 스스로 진화하는 로봇에 의해 인류의 멸망을 목전에 두었던 스토리도 많다. 그러나 앞으로 8년 뒤 여전히 인간의 조종에 의해서만 그 큰 주먹을 날리는 로봇들을 바라보니 아직까지는 위협적이지는 않다.


로봇들의 질펀하고도 상큼한 對戰이 펼쳐지지만 이 영화는 드라마다. 자신을 낳자마자 방치해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아버지씨”라고 부르는 아들 사이를 접착제로 붙여놓은 매개는 바로 고물 로봇이다. 도박이나 다름없는 게임에서 내세우는 로봇을 죄다 망가트린 찰리에게 남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버린 아들 맥스뿐이다. 입양조건으로 이모부에게 받은 돈까지 날려먹은 그는 우연히 구한 고물 로봇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부자간의 밀고 당기기 애증관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로봇 캐릭터와 對戰의 모습을 그린 장면들이 상당히 볼만했다. 복고풍의 고물로봇과 미래세대 전사의 모습을 한 세련된 로봇간의 일전들은 이길 수 없어 보이는데도 그걸 극복하는 모습이 마치 헤비급 챔피언과 플라이급 아마추어와의 복싱장면과도 같아 보였다. 연신 얻어맞는 장면에서는 로봇임에도 “아이고 저러다 박살나겠네”하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게 하고 우리팀(?) 로봇의 선전에는 신나라 하며 응원을 하게 된다.

스필버그가 제작했다고 알려진 로봇들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2m가 넘는 철제 크리쳐라고 한다. 그들이 내는 기계음과 부딪치면서 내는 마찰음등은 청각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조를 했으며 캐릭터에서 풍기는 인상도 적절해보였다. 


더 많은 볼거리, 더 많은 잔혹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시작한 로봇 복싱 대회, 그리고 한물간 복서와 그의 아들. 하마터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아들을 위해 마지막 라운드, 패하기 일보 직전의 로봇을 대신해 허공에 주먹을 날려더던 휴 잭맨의 날렵한 모습엔 덩달아 신이 났다.


반드시 상기할 필요는 없지만 고물 로봇의 이름이 아톰이고 두 번째 등장한 로봇의 이름은 “超惡男子”라는 것, 그리고 최고의 로봇박서라 하던 제우스를 설계한 사람이 일본 사람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누가 이기고 지는 지와 상관없이 영화 전편에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투영된다는 것은 분명 뜻하는 바가 있다.


로봇을 조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리모콘으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법과 로봇이 시각적으로 인지해 주인공의 복싱모습을 따라하는 방법, 어느 것이 더 인간적일까 영화는 그 해답도 내려준다. 더 인간적인, 그리고 인간관계는 낡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 한 남자의 새로운 도전은 아프고 병들었던 과거를 치유해줄 좋은 치료제가 될 것 같아 보였다.

 

 

 

 

 

 

 

 


리얼스틸 (2011)

Real Steel 
8.5
감독
숀 레비
출연
휴 잭맨, 에반젤린 릴리, 케빈 듀런드, 앙투아네트 닉프레라즈, 론 카지
정보
액션, 드라마, SF | 미국 | 127 분 | 2011-10-12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