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라라 승진기 - 북경 여자의 일과 사랑에 대한 엣지한 기록

효준선생 2011. 10. 2. 00:59

 

 

 

 

 

중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블로그 방문자수를 기록한 인물은 바로 영화 두라라 승진기의 감독겸 여주인공 서정뢰다. 오늘 현재 3억 명이 넘는 방문객수를 자랑하는 그녀는 조미, 장즈이, 주신과 더불어 4대 花旦(여주인공을 의미하는 경극 용어)으로 꼽힌다. 다른 배우와 달리 스스로가 영화 연출을 훌륭하게 해낼 정도로 엘리트한 면도 부각되지만 늘 그녀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어온 당찬 현대여성의 면모는 그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영화 두라라 승진기는 북경의 한 인턴여사원이 어떻게 인사부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지의 과정을 그린 내용을 담고 있다. 북경과 방콕의 8:2 정도의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데 안가본 사이 북경의 모습이 확연히 깨끗해졌다는 점은 놀라웠다. 대개 빌딩안에서 촬영한 탓도 있지만 無蓋車를 몰고 질주하는 모습은 여느 대도시의 그것보다 간지나게 보였다.


일개 여사원의 진급과정에서 남자 상사와의 로맨스가 빠질 수 없는 스토리라는 게 아쉽지만 마지막 그녀의 선택은 역시 서정뢰다웠다. 빠른 화면 전개와 화면 분할등을 통해 종래 중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설계를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배우들도 대만과 홍콩 배우들을 심어놓으면서 세련미도 곁들였다.


스타일은 헐리웃 오피스걸의 일상을 그린 듯 싶은데 내용은 좀 예상 밖이었다. 중간 중간 자막으로 뜨는 그녀의 승진기록에는 월급 액수가 찍혀 나오는데 2000원(한국돈 35만원)에서 시작해 마지막엔 25000원(400만원)까지 오르는 걸 보니 능력사회가 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외자기업이지만 저 정도 진급기회가 부여된다는 사실은 현실성 여부를 떠나 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배경이 되는 DB그룹의 중국 사무실엔 마치 모델에이전시라도 되는 듯 여사원들은 캣워킹을 하고 남자 사원들은 여사원들의 우상처럼 여겨지는 것이  닭살돋는 설정이고 사내 연애를 하면 둘 중 하나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암묵적 제재는, 겉모습은 화려해졌지만 속내는 여전히 동양적 가치관을 적용시키는 듯 싶었다.


로맨스 역시 이 영화의 주요 아이템인데 두라라의 연인으로 나오는 대만의 가수 겸 배우인 황립행은 서정뢰와 동갑임에도 마치 동생으로 보였다. 한국의 배우 이제훈과 매우 흡사해서 자꾸 투영되어 보였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제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한국에 소개되는 중국영화들의 장르도 이렇게 다양화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을 받은 꽤 괜찮은 영화였다.

 

 

 

 

 

 

 

오른쪽은 정말 오랫만에 보는 배우 막문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