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 -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랴

효준선생 2011. 10. 8. 00:12

 

 

 

21세기가 시작된지 10여년이 흐른 지금, 문명시대로 확실하게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잘못된 판단임을 영화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영어 stoning 은 글자 그대로 돌을 던져 산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투석형을 말한다. 춘추 전국시대에나 있을 법한 형벌이 지금도 이란과 아랍국가 일부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비교적 상세하게 그 장면이 묘사된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그렇게 죽은 자가 이란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녀자라는 점이며 그녀의 누명이 그녀 사후에 밝혀지는 장면은 한국의 “도가니 현상”에 진배 아니었다.


아들 둘과 잘 살고 있는 소라야, 그러나 탐욕스럽고 좀처럼 춘정을 이기지 못하는 남편은 이웃마을의 어린 처녀에게 마음을 두고 본처를 쫒아낼 궁리를 한다. 그리고는 짜낸 계략이라는 것이 마을 주민을 꼬드겨 소라야가 외간 남정네와 놀아난 부정한 여인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소라야의 비참한 운명은 본의아니게 결정된다. 그 폐쇄적인 작은 마을에서 소라야를 모르는 남자들은 없다. 그러나 소문은 확대 재생산되며 그녀를 악녀 수준으로 올려 놓고 인민재판 하듯 그녀를 투석형에 처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찍인 투석형의 과정은 참으로 처참했다.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뒤로 손을 묶은 여자를 세운 채로 흙을 덮는다. 상반신만 바깥으로 노출되는데 멀리 떨어진 남자들이 주먹만한 돌을 던져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돌을  몇 개 맞는다고 사람목숨이 바로 끊어질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어쩌면 돌을 맞아 생긴 상처에서 나오는 출혈로 쇼크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그 잔인성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부정한 여자에게 돌을 던지면 마을이 구원을 얻는다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심지어 어린 아들과 늙은 친 부모에게 까지 돌을 던지게 하는 패륜을 서슴치 않는다.


소라야의 운명은 비참하게 끝이 났고 그녀의 죽음은 한갓 시골 촌부의 더러운 행각을 심판받았다는 수준에서 묻혀질 뻔했지만 그 마을을 지나던 프랑스 저널리스트에 의해 외부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엔딩에 소라야의 어린 시절 찍은 유일한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같은 죄를 짓고도 여자에게만 잔인한 형벌의 책임을 묻는 그들, 얼마전 여성비하적 막말을 한 국회의원에게 누가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냐며 두둔을 하던 전직 국회의장의 말이 생각이 났다. 돌은 분명히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왜곡된 진실앞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심보에 돌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 영화는 제 5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소개된 2008년도에 만들어진 이란 작품인데, 상당히 울림이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