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히트 - 관객의 기쁨만이 저의 기쁨입니다

효준선생 2011. 9. 30. 01:12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주가의 등락에 따라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돈을 잃는다. 그러니 주가폭락으로 인해 하룻밤에 수 십 조원이 증발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경마, 경정, 경륜등 사행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간 수수료를 제외하면 따거나 잃는 사람의 돈은 결국 돈을 건 사람의 것이다. 즉,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겨간 것 뿐이다. 그런데 돈을 건 사람들이 아무도 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 100명이 돈을 걸었다면 횟수를 통계내 보면 대략 50대 50의 비율이 된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승부에서 단 두 명만 판돈의 대부분을 거둘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고의적인 작전이 필요하다. 그 바닥 말로는 “설계”가 있어야 한다.


전작 영화 바람에서 고등학생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예상외의 호평을 얻어낸 이성한 감독이 이번에 사설 도박판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히트는 “바지”라는 인물이 도박판에서 특수한 설계를 통해 자신의 “고객”의 입맛을 맞춰주는 과정을 그렸다. 


빚을 탕감하기 위해, 판을 키우기 위해 두 명의 “고객”을 모신 “바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한지 이참 저참 아는 친구들을 그러모은다. 마치 소림축구나 오션스일레븐에서 멤버를 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들은 일종의 배당금 액수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총괄하는 바지는 가짜 선수까지 물색한다.


이 영화의 앞부분은 간을 하지 않은 국물같다. 내용적으로 강박에 못이겨 판을 짜는 과정과 선수들을 모으는 방식도, 영화외적으로 출연 배우들도 이런 설정이 가능한지에 대해 무척 낯설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미 판을 벌어졌고 못먹어도 고가 된 상황이다.


영화의 볼거리는 모두 10라운드의 게임이 벌어지는 이종격투기 장면이다. 개그맨 윤택이 편파적인 심판을 연기하고 마르코, 이하늬등은 엉터리 선수로 등장한다. 그 외에 전문 액션배우들이 등장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연기 및 대결을 펼치는데 나름 볼만하다. 문제는 각 라운드의 승패가 영화속에서의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데 있다. 장사장과 제임스에게 이득을 챙겨주려는 상황인 것은 알겠는데 각각의 승패의 스코어가 무슨 상관인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경기 막판 룰을 바꾸고 변칙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 부분에 이르면 배우도 관객도 작금의  시츄에이션을 파악하지 못한 채 끝이 나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시사회 직전 이성한 감독은 무대 인사를 통해 사운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악을 활용해 배경음으로 사용한 것이 독톡했으며 남성들의 눈요기가 될 만한 부분도 양념으로 넣은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

 

시츄에이션이 좋다라는 유행어가 돈 적이 있다. 잔뜩 설계해 놓은 과연 이 영화의 시츄에이션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궁금하다. 극중 바지가 까딸스런 고객의 전화에 응대하며 "고객의 기쁨이 저의 기쁨입니다"라며 속에 없는 말을 하던데, 영화는 "관객의 기쁨이 저의 기쁨입니다" 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때 모두가 해피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트 (2011)

HIT 
8.5
감독
이성한
출연
한재석, 송영창, 정성화, 박성웅, 이하늬
정보
코미디 | 한국 | 102 분 | 201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