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우티풀 - 그 남자의 버킷리스트는 채울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1. 9. 27. 00:55

 

 

 

 

한 남자가 있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한마디를 유가족에게 전해주는 신통력이 있다며 몇 푼 뜯어내며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본토박이 친구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에서 밀입국한 이주 노동자들이나 짝퉁 제조업자들이 그에게는 돈벌이 수단이자 인간으로 살아가는 증거다.


그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다. 사춘기도 아직 멀어보이는 남매와 별거중인 아내, 아내는 남자가 아는 어떤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늘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거리를 쏘다니는 남자, 그는 이제 스페인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려 한다.


죽기 전에 제일 하고픈 일들을 목록화하여 하나씩 실천에 옮겨가는 것을 버킷 리스트라 한다. 그런데 그는 한사코 죽기를 거부한다. 암세포가 온몸에 퍼졌음에도 독한 알약 몇 개로 지탱하며 뭔가를 해보려고 애를 쓴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남의 나라를 식민지 했던 업보는 후세에게 미쳐 그 나라 원주민은 바로 그 침략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식민지의 경제가 엉망이 된데는 침략국의 책임도 있으니 그곳에 가면 뭔가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때문이다. 서울에 가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라며 무작정 상경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못배우고 없는 형편은 어디를 가도 매 한가지다. 불법체류라는 딱지만 덧씌운채 그네들의 삶도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영화 비우티풀의 시놉시스다. 그 남자가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욱스발이다. 이 영화는 불균형한 가정의 가장으로 비딱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한 중년 남성의 마지막 일기장을 읽어가며 그가 하고픈 이야기, 하지못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읽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뭐 이런 기구한 운명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지 않다. 가장 안좋은 것은 그가 사랑하는, 아니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병환때문이다. 그 지경이 될 정도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워낙 거칠게 살아서 자각을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방치했는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생략이 되었다.


영화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은 삶, 그러다 엄청난 사고가 터지며 남자는 제풀에 넘어지고 만다. 어쩌면 그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온 희망사항들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운이라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현실, 오로지 그의 아이들만을 위해 뚜벅 뚜벅 걸어온 이야기들은 예상한 바대로 종결을 짓고 말았다.


“아름다운” 의 Beautiful의 철자를 Biutiful이라고 잘못 쓴 딸의 부족한 영어실력과 그걸 수정해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소재와 축 쳐져 있는 스페인의 사회상을 그린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밭았을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제63회 깐느영화제의 선택이었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얼굴이 전면을 장식한 포스터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비우티풀 (2011)

9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마리셀 알바레즈, 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 디아리아투 다프, 첸타이셍
정보
드라마 | 멕시코, 스페인 | 148 분 |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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