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베를린의 선택은 정확했다(강추)

효준선생 2011. 9. 26. 00:27

 

 

 

 

아이에게 아빠와 엄마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으면 그렇게 난감해 할 수 없어 한다. 결국 눈치를 보면서 그날 자신에게 더 친근하게 해준 쪽을 선택하거나 대충 얼버무리지만 그런 질문같지 않은 질문은 어린 시절 정말 듣기 싫다. 그런데 좋고 나쁜게 아니라 어느쪽과 살겠느냐에 이르면 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만다.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단언코 올해 본 최고의 외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나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잘 짜여져 물 한방울 샐 틈없는 비단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는 수밀도처럼 과육을 부드럽게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갑자기 나타나는 딱딱한 果核같은 영화였다.


부모의 갑작스런 별거, 그 이유는 일견 타당해보이지 않았다. 이민을 요구하는 아내 씨민과 병든 아버지를 감안해 그럴 수 없다고 맞서는 남편 나데르, 부부는 냉각기를 갖고자 별거에 들어가고 아버지를 돌볼 파출부를 고용한다. 시작은 여느 별거부부처럼 무탈해보였다. 그러나 새로온 파출부와 그의 어린 딸의 등장은 이 영화의 끝을 알 수 없게 하는 파란을 불러왔다.


평범한 가정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사건과 일탈로 인해 일순 스릴러물처럼 변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헐리웃 영화의 자극적 장치가 아닌 이란의 사회현상을 덧붙여 놓는데 주력한다. 유부녀인 중년 여성이 다 늙은 치매 할아버지의 목욕을 거들 수 있는지에 대해 종교적으로 갈등하는 부분부터 이 영화는 묘한 긴장속으로 물아 넣었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치매 할아버지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감과 파출부 모녀의 황망스런 행동거지, 그리고 다혈질인 그녀의 남편이 교차하며 영화는 범삼치 않은 추리극의 면모로 접어든다.


사건은 결국 나데르의 고의가 아닌 행위로 발생한다. 임신중인 파출부가 넘어지면서 유산이 되고 나데르는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다. 드라마가 법정스릴러물로 전환하며 영화의 긴장감과 급속도로 높아져갔다. 증언자로 나서는 사람들의 말들, 그리고 번복, 주인공들의 진심과 은폐가 반복되면서 결말을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이 영화는 많은 배경과 사건을 집어 넣지는 않았다. 그대신 배우의 코앞에서 찍은 듯한 촬영과 롱컷이 이어지고 마치 궤변론자들의 언사처럼 조리있는 말솜씨는 탄복치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오늘날 이란이 가진 신분의 차이, 성별의 격리, 종교교리의 모순, 빈부의 격차를 한데 쏟아부은 수작이었다. 하나의 사건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갈등구조를 심어 놓을 수 있는지, 베를린영화제가 작년 왜 이 영화에 몰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龜裂되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던 두 가족이 진실을 사이에 두고 외부와 공방을 벌이는 순간, 한 걸음 떨어져 있던 그들의 딸들의 눈빛은 기성세대를 무언으로 고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른들은 물었다. 아빠와 엄마 누구와 살테냐고? 그런 질문이 최선인지  다시 물어보고 싶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9.7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
출연
레일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레 바얏, 샤합 호세이니
정보
드라마 | 이란 | 124 분 | 2011-10-06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