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 - 소음과 음악의 사회적 메시지

효준선생 2011. 9. 13. 00:04

 

 

 

 

노랑머리에 코큰 사람도 안좋아하고 그들이 사는 곳을 굳이 찾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북구라파라고 부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들엔 한번 가보고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기(?)보다는 좀 조용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영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를 보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스웨덴 영화의 주제 의식은 무거우면서도 경쾌하다. 음악이 있고 활력이 넘친다. 쫒겨다니는 신세임에도 멈추려고 하지 않는 추진력도 좋다. 그게 이 영화의 재미이자 모든 것이다.


지루한 일상을 살던 산나와 매그너스는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세상에게 활기를 넣어보기로 한다. 그 시도는 바로 4명의 드러머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플래시몹 성격의 뮤직테러단. 도심 곳곳의 생활 요지에 해당하는 곳을 찾아가 그곳에서 변칙적인 음악을 선사해주고는 사라진다. 전직 음악인들이면서도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천재급 드러머들, 그런데 그들을 박아야 하는 형사역의 아마데우스라는 캐릭터가 걸작이다. 이름과 전혀 달리 그는 음치이면서 음악을 혐오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눈엣가시같은 그들을 잡으려고 혈안이지만 팀의 기획자인 산나는 마치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간다.


우리는 늘 음악을 접하며 산다. 그런데 그 음악이 정해진 멜로디와 화성, 대위법을 갖추지 못하면 소음에 그치고 만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귀가 언제부터 그렇게 정형화되었을까. 악보에 적혀진 음표를 따라 연주해야 하고 고가의 악기가 있어야 하고 멋지고 근사한 콘서트장에서만 가능한 음악들. 이 영화는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는 대항마로서 행동한다.


병원 수술실에서는 각종 의료기기가 악기역할을 하고 심지어 수술 환자의 타의적 손뼉도 박자가 된다. 은행의 금전계수기가 베이스가 되고 촤르르 넘어가는 지폐소리가 드럼비트가 되기도 한다. 한편 멋진 콘서트장 앞에서는 불도저와 공사장 소음이 관현악보다 더 큰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높이 매달린 고압선줄은 이들에게는 오선지가 된다.


도시의 소음은 그냥 공해다. 그럼에도 우린 그게 일상화되어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소리가 음악이 되지 못한 소음을 이들은 우리에게 각인시켜 준다. 거기에 대치할 수 밖에 없는 산나와 아마데우스의 묘한 관계 설정은 코미디 멜로의 재미도 양념으로 섞어 놓았다.


기상천외한 음악을 마음 편하게 즐기기엔 부담이 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비트감이 좋은 쿵쾅거림은 오랫동안 귓가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