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릴라 릴라 - 거짓된 사랑의 조건에 관하여

효준선생 2011. 9. 10. 22:47

 

 

 

 

요즘 서울방송에서 남녀간의 짝을 지어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물론 인간의 관음증을 교묘하게 자극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갖고 순항중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종래 유사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 자기 소개를 듣다보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직업을 소상하게 밝힌다. 이때가 되면 건너편에 있는 이성들은 관심의 눈빛을 마구 발산한다. 첫인상은 이미 대뇌에 수용된 바 있으니 그 다음 수순은 직업이라는 걸까 직업이 구체화 되면서 그, 혹은 그녀의 실체는 화면밖에서 네티즌에 의해 공개되기도 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직업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하면 이미 이성의 선택에 있어 절반 이상 작용한다. 그러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선남선녀들은 자신의 직업을 수입현황에 할애하기도 하고 업보다는 직에 주안점을 두기도 한다. 제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평균이하의 수입이라면 말하는 사람이나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사랑보다 경제력을 앞세우는 요즘의 영악한 청춘에게는 더더욱.


영화 릴라 릴라는 바로 이런 청춘들의 사랑전선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종의 해프닝을 던져두고 실험해보는 내용이다. 한 남자의 직업이 웨이터다. 훈남과이긴 하지만 이성에게 더 이상의 호감을 얻을 수 없어보인다. 늘 문학을 입에 달고 사는 여자에게는 글솜씨 있는 남자가 훨씬 매력적임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별볼일 없는 웨이터에게 엄청난 文才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글솜씨가 자기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라는 점이다. 세상에 알려져 버린 그의 소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로부터의 환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실제 소설을 쓴 사람의 등장으로 그는 초조하다. 전방위적인 의심이 쌓여가면서 남자의 선택은 갈지자 횡보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외면과 잠시 동안이지만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에 익숙해진 그는 결국 또다른 방면에서 자신의 재주를 끄집어 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시도에 간혹 선의의 거짓말이 보태지는 경우도 많다. 좋은 말로는 자기 피알시대에 어느 정도의 포장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언젠가 들통날 薄弱한 재주로는 그 사랑의 진정성을 구하기 어렵다. 남자의 선택을 보는 사람들은 뭐하러 저렇게 까지 할까 싶겠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지 않을까 뭐 재벌3세쯤 되면 별 걱정도 없겠지만...


이 영화는 독일영화의 딱딱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대사투뿐 아니라 남녀의 사랑관계도 버석거릴 정도다. 로맨스 영화치고는 달달한 러브신도 많지 않다. 대신 사랑의 진정성을 구하려는 청춘남녀에게 자기 자신을 粉飾하려는 의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게 한다.


자신이 쓴 소설이 아니기에 고민하는 남자가 결국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비로소 세상의 인정을 받는 순간, 그의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그 사랑도 유효한 것일까. 남자의 능력은 사냥하고 물고기 잡는 수렵시대로부터의 유전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