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북촌방향 -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들의 만남

효준선생 2011. 9. 4. 00:57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서울 좋은 곳을 둘러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거기 좋다고 해서 발걸음을 옮기거나 터벅터벅 걷다보니 이곳이 그곳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북촌도 그 중의 한곳이었다. 안국동, 소격동 이북을 일컫는 북촌, 지금도 한옥촌이 즐비해 주말이며 카메라를 든 인사들의 발걸음이 쉬지않고 이어지지만 그 길은 그냥 서있기만 해도 도시가 주는 삭막함을 벗어낼 수 있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홍상수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 북촌방향에는 잘 알려진 북촌한옥마을이 아닌 안국동, 소격동, 가회동, 인사동등이 등장한다. 아마도 북촌을 바라보는 지점에서 로케를 했기에 북촌방향이라고 한 듯 싶다. 사실 영화속 배경이 북촌이지만 반드시 북촌이 아니어도 내용의 흐름과 큰 상관은 없다. 그러나 왠지 있어 보이는 장소, 뙤약볕이 내려쬐는 여름보다 포슬거리는 눈이 더 잘어울리는 거리, 무작정 개발이라는 악성 코드가 접근하지 않기를 바라는 장소, 그래서 그곳을 맴도는 인간군상들도 변화보다는 과거 지향적인 인물들이 많아 보인다.

 

영화감독이지만 영화를 못찍고 있는 성준(유준상 분), 지방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선배(김상중 분)을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그에게 소개를 받은 여교수(송선미 분), 그리고 그들이 찾은 위스키 바 여주인(김보경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홍감독의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배우들은 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말로써 좌중을 압도해간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셀 수 없이 많은 음주 장면, 식사장면이 이어지지만 그들이 먹고 마시는 행동보다 그 와중에 주고 받는 선문답속에 실없이 웃게하는 요소가 있다.

 

그런데 이전 영화와는 좀 다른 구도가 보인다. 화제의 싯점이 오락가락한다.  성준과 인연이 있어 보이는 여자 경진, 그리고 위스키 바의 여주인 예전.  김보경이 1 2역을 하는데 그들의 만남과 이별이 마치 판박이 같다. 그런데 나중에 발생했을 것 같은 시퀀스가 갑자기 앞쪽에 끼어든다. 왜 그랬을까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위스키바에 가지만 마치 처음 간 곳 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렇다. 시간의 흐름에 구속당하는 대신 그들은 스쳐 지나갈 인연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세 명의 학생과 또 우연히 만나고, 사랑한다며 밤을 지새우고는 다음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며 쿨하게 해어지는 두 남녀, 안국동 골목안에서 세차례나 만난 어느 여배우와의 어색한 조우.

 

사람들은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 누군지 기억도 못하는 사람과 아는 척을 하고 그의 ㅏ메라 앞에서 피사체로 등장한다. 감독이라는 신분 때문에, 세상은 그를 공인이라는 낙인을 찍고 만나면 언제 영화를 찍냐고 묻는다. 근데 묻는 그 사람이 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누군지도 모른다.

 

흑백영화 특유의 질감이 홍감독 영화이기에 어색하지 않다. 배우들도 홍상수 사단이라 부를 정도로 익숙한 얼굴들이다. 고현정이 까메오 출현을 한다. 김보경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영화 북촌방향이었다.

 

 

 

 

 

 

 

 


북촌방향 (2011)

The Day He Arrives 
9.2
감독
홍상수
출연
유준상, 김상중, 송선미, 김보경, 김의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79 분 | 201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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