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몽환적인 러브 판타지
세상에 푸른 소금은 없다. 그러나 영화 푸른 소금안에선 "푸름"과 "소금"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빈번하게. 나이가 들면 점점 짠맛을 찾는다고 한다. 체내안의 전해질 분해에 문제가 생겨있을 듯 싶고 신산한 삶의 농축 자체가 짜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웰빙이 화두가 되는 요즘 짠 음식은 결코 각광받는 식자재는 아니다. 소금은 음식을 만들때 없어서는 안될 조미료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약간의 요기도 해결할 수 없다. 소금은 물에 넣자마자 용해되어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소금은 그렇다.
푸르다라는 색감이 주는 이미지는 음울하거나 날카롭거나 고독을 연상케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빨간, 혹은 노란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의 비주얼과 잘 맞지 않았을 것이다. 전체적인 배경색이 푸르다. 그래서 그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쓸쓸해보였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세빈은 빚을 갚기 위해 청부업에 나서고, 전직 조직폭력배였던 윤두헌은 역시 자신의 일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부산으로 내려와 조리를 배우는 중이다. 이들의 주변은 아무도 없다. 세빈은 친구와 지내고 두헌은 조리학원에서 만난 세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이 영화가 외부에 보여준 가장 큰 관심사는 상당한 나이차가 나는 송강호와 신성 신세경의 조합이다. 삼촌과 조카뻘인 그들의 만남과 호흡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마케팅 요소이자 성패를 가르는 긴요한 핵심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둘은 함께 하는 듯 싶지만 주변의 환경에 따라 한 사람은 다른 한사람에 의해 제거되어야 하는 얄궃은 운명이다.
영화의 얼개는 큰 파장은 없다. 조직의 수장이 될 운명이지만 그걸 거부하고 작은 식당이나 차리고 싶은 남자, 그를 죽여야만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여자의 아이러니는 처음부터 큰 굴곡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즉, 겉으로 보기엔 총탄이 난무하는 액션 느와르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일종의 롤리타 판타지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만다.
“네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네가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예쁜 지 몰라”하며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는 중년 남자, 그리고 그를 위해 북엇국을 끓여주는 스무살의 여자. 이 영화의 느와르적 요소는 거기까지였다. 그들을 뒤쫒는 킬러의 등장과 새로운 인생을 열기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희생은 영화의 복선과 트릭을 거쳐 말랑거리는 멜로로 바뀌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마치 뮤직비디오나 명화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배경과 색채감이다. 염전은 푸른 빛으로 도시는 은회색으로 해운대 바닷가 노을지는 모습은 에머랄드 빛으로 투영되며 영화를 이렇게 아름답게 찍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전개상의 비약과 과장이 많고 등장인물들의 들고 남이 여타 액션 영화와 다르게 소프트 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죽어야 할 캐릭터도 없고 심하게 얻어 맞는 장면도 없어서 잔인함을 거부하는 청춘들에게 “이런 러브스토리도 아름답지 않니” 라고 말걸어주는 것 같았다.
유머가 동반된 송강호의 진중한 연기와 스모키 화장이 인상적인 신세경의 조합은 이런 차원에서는 잘나온 셈이다.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달달함도 맛볼 수 있는 영화, 푸른 소금이라는 역설적인 비유는 제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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