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무리 人命은 在天이라지만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을 보면 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뿐인 목숨을 거져 버릴 사람은 없지만 정해진 운명에 어떻게 맞서 보지도 못한 채 흉악한 사체조각만 남기고 죽을 수 밖에 없는 건지.
하지만 따져 보면 죽음이라는 게 부지불식간에 오고 그렇게 명을 앗아가는 것이라면 아등 바등 살 필요도 없다는 비관적 운명론에 이르게 된다. 근데 혹자는 정말로 그게 맞는 다고도 하니 사람의 목숨만큼 귀하면서도 草芥 같은 것이 또 있을까
이 영화속 캐릭터들은 모두 비운에 갈 운명에 처해있다. 자신이 죽는 순서를 매겨가며 공포속에 산다. 하지만 아직 자기 차례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를 하지만 바로 앞 사람이 죽는 순간 그 공포는 이미 죽음 그 자체에 다름아니다. 죽었어야 할 사람이 잠시 연명하는 것이라는 설정은 말기 암 환자에게 내리는 사망선고다.
이 영화는 시리즈 물 답게 전편과 똑같은 구성으로 진행된다. 개그 콘서트의 코너의 주간반복과 같다. 대신 전편들 보다 보다 큰 스케일과 잔혹성이 돋보인다. 그 중에서도 현수교위에서의 추락사고는 이 영화의 줄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신히 살아 남은 여덟명, 결국 잠시 죽음을 미뤄둔 그들이 사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들을 노리는 주변의 수 만가지 기계류와 생활소품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대부분 위험 물질인 셈이다. 휴대폰, 감전, 볼트, 스패너, 크레인 체인, 작은 나사못, 송진가루, 치료용 레이저 광선등, 그 자체로 죽음에 이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들이 야기하는 나비효과는 엄청나다.
또 한 명씩 희생당하는 장소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전편에서 경기장, 극장,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했다면 이번에 식당 주방, 체조연습실, 공장, 중국식 맛사지샵(샵의 이름인 “MINGYUN”은 중국어로 운명이라는 命運의 중국어 발음표기다), 와인샵, 안과,비행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라면 쉽사리 그곳에 가기 두려운 마음이 들 것 같다.
예지력을 통해 간신히 살아 남은 한 명의 구술에 의해 이들은 도피하지만 결코 운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누가 살고 누구 죽을 것인가. 그 순서를 짜맞춰 가며 인물보다 배경에 놓여 있는 소품에 더 주목해야 하는 영화. 그렇기에 가급적 큰 화면에서 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입체 효과는 매우 도드라 진다. 드라이버가 날아들고 사체의 피가 얼굴로 튀는 착각에 손으로 얼굴을 닦게 만들 것이다. 가는 여름, 좀 더 살고 싶다면 이 영화 선택해 보시라 엔딩크리딧에선 기존의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물의 핵심부분을 3D로 감상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2011)
Final Destination 5
7.9
- 감독
- 스티븐 쿼일
- 출연
- 니콜라스 디아고스토, 데이비드 코에너, 엠마 벨, 재클린 맥클레스 우드, 토니 토드
- 정보
- 공포, 액션 | 미국 | 92 분 | 2011-09-07
글쓴이 평점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2916 - 파이널데스티네이션4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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