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챔프 - 우박이의 눈빛은 최고의 연기였다.

효준선생 2011. 9. 6. 00:44

 

 

 

영화소재는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스포츠, 동물, 아이가 나오는 영화는 찍기도 흥행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영화 챔프는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 요건이 한데 뭉뚱그려진 말그대로 불가예측한 영화다. 하지만 이미 결과물은 완성되었고 이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영화를 본다는 추석시즌의 흥행만 기다리면 되는 상태다.


스포츠 영화는 대개 시합이나 게임에서 이기는 과정을 그리기에 어느 정도 곡절과 감동을 담보하고 들어간다. 웬만한 스포츠 영화는 대개 중박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고 고달픔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그래도 뿌듯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화 챔프는 경마장이 주요한 배경이고 말을 타는 기수가 주인공이다. 시합에서 우승하는 목표를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스포츠 영화에서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빼버렸다면 그건 어떤 맛일까


경마를 소재로 했기에 말은 당연히 등장한다. 우박이라고 불리는 어쩌면 주인공 인생 그 이상으로 불우한 삶을 사는 녀석, 다양한 표정연기는 불가능하지만 그의 눈은 모든 감정을 이입시키기라도 할 듯 생동감이 있다. 거기에 아날로그로 찍은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장면은 마치 액션 블록버스터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카 체이싱을 연상케 했다. 대사는 단 한마디도 없지만 우박이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은 부산스럽기만 한 사람 연기자들보다 몇 배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광고에서 본 듯 한 귀여운 얼굴의 아역배우는 30,40대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딸바보가 될 것처럼 예뻤다. 화면 뒷편에서도 마스코트로 대단한 역할을 했을 것 같은 예승이(김수정 분)가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잠시 먹먹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아역배우로 산다는 게 차태현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처럼 쉽지 않을 듯 싶다. 이렇게 스포츠라는 소재와 동물과 아역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럼 남은 부분은 영화 자체가 만들어내는 아우라다. 작년 추석때 선보인 비슷한 소재의 그랑프리가 참패한 뒤 이 영화를 보는 시선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말이라는 동물을 위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끌려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이승호(차태현 분), 잘나가는 기수에서 눈칫밥이나 먹는 신세로 전락하지만 자신의 사고현장에서 새끼를 잃은 어미 말 우박이와 조우하면서 그 둘은 원수 아닌 원수에서 서로의 생명을 기대는 동반자로 진행한다.


시놉시스는 어디선가 본 듯 한 상투적인 내용이지만 그걸 카무플라주하는 힘은 차태현의 몫이었다. 그를 대신할 배우가 없을 것 같은, 의뭉스러우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연기는 제 몫을 다한다. 


제주도에서의 몇몇 에피소드들이 부수적으로 보이고 조역들의 서포트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자식과의 애틋한 사랑이 사람과 동물이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서로가 유기적으로 조화됨으로써 드러나는 소위 "情" 이란 요소는 추석 시즌에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