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샤오린 최후의 결전 - 배신과 참회의 시절

효준선생 2011. 8. 23. 00:47

 

 

 

 

한국에서의 중화권 영화의 부흥기는 다시 올까

 


영화 샤오린 최후의 결전을 접하면서 먼저 들었던 생각은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중화권 영화가 무엇이었나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희소해졌구나 하는 것이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홍콩 영화는 매니아층뿐 아니라 중년 남성에게도 일순위 선택 영화였지만 2000년에 들어와 극소수의 중국 블록버스터급 몇 편을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한 예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졌다.


그 이유로는 홍콩 반환후 자유로웠던 홍콩의 영화제작 환경에 문제가 생겼거나 주인공을 도맡아 하던 배우들이 헐리웃 등으로 옮겨가 새로운 모색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특정장르의 히트에 경도되어 유사한 영화를 공장에서 제품 만들 듯 찍어내는 영화들이 한국 영화팬들의 눈을 충족시키기엔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홍콩 영화의 잔재미가 뇌리에 박혀 있는 중년이상의 영화팬에게 익숙한 배우들을 앞세운 중화권 영화의 개봉 소식은 흥분, 그 이상의 반응을 불러 올 수 있다.   



샤오린 최후의 결전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무엇인가


중국 하남성 등봉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소림사는 불교신자뿐 아니라 무술 좀 한다는 젊은이들에게 필견의 장소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림사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수련의 방식이 바로 자신을 지키는 무예 단련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소림사 무예승 출신의 배우들도 적지 않게 배출되었고 지금은 아예 무예쇼를 선보이며 돈벌이와 관광사업에도 손을 대는 등 종교 시설의 변질의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금도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청춘들이 고난의 무예 단련을 수행중이며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제시된 20세기 초반은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였다. 국민당의 장개석 총통을 연상시키는 복장의 유덕화는 군벌로 등장하며 “洋人”이라고 명명된 제국주의의 침략도 영화 한 켠에 새겨넣었다. 



어떤 스토리 텔링일까


인정 사정없는 살상을 행하는 후걸 장군(유덕화 분)은 하남성 요지인 등봉 소림사를 수중에 넣고 기고만장해 한다. 거기에 의형제인 송 장군을 제거하기 위해 심복인 차오만(사정봉 분)에게 자객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연회장에서 차오만은 후걸을 배신하고 후걸의 가족은 처참한 최후에 직면한다.


여식을 잃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혈혈단신으로 소림사로 들어가 그곳에서 비로소 산다는 것에 대해 깨닫고 소림사의 승려들과 함께 자신을 죽이러 압박해 오는 차오만의 군대에 맞선다. 

 

 


삼국 스타의 총집합


중화권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세트장과 엑스트라 동원력, 거기에 영화학교를 중심으로 발전 속도가 빠른 영화 제작의 기술력, 무엇보다 수 십년 간 축적되어 온 홍콩영화의 집약적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진목승은 특히 성룡의 대표작들을 많이 만들었으며 이번에도 작은 배역이지만 성룡을 출연시킴으로써 그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외에도 홍콩을 대표하는 유덕화와 대만의 만능 엔터테이너 사정봉, 그리고 대륙 최고 미녀로 손꼽히는 판빙빙이 가세해 전 중화권을 아우르는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샤오린 최후의 결전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하는 부분


그동안 한국팬에게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성룡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비록 소림사의 주방장으로 등장하며 적들과 싸우면서도 자신은 한사코 무술을 할 줄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프라이팬과 밀가루 반죽을 응용한 코믹 무술엔 웃음이 절로 터진다.


이번 영화의 최고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정봉은 아내인 장백지와의 불편한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라도 하려는 듯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배신자로 연기를 했다. 그의 배신자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낯선 것이 아니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가 뿜어내는 살기어린, 그리고 무엇인가 결손으로 인해 흔들리는 눈빛이 교차되어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이 영화는 기존의 소림사와 관련된 여러 영화들을 오마주 한 것처럼 보인다. <소림사 주방장>의 컨셉, 아역들이 주역들이었던 <소림오조>의 그것도 맛보기처럼 등장한다. 거기에 실제 소림사 출신 배우와 얼마전 개봉한 천녀유혼에서 어리버리 서생으로 나왔던 여소군의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로 상관없는 허구다. 그럼에도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그리고 있는데 중화권 영화 특유의 허풍과 애국심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불교관에 입각해 현대인에게 진언하고 있다. 지키거나 말거나는 본인 판단이지만 영화를 보고 템플스테이라도 해볼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