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효준선생 2011. 8. 19. 00:11

 

 

 

자기 얼굴을 간판으로 내세워 빵집을 했다가 말아먹은 여자 애니, 어느날 친구로부터 결혼식 들러리가 되어달라는 말을 듣고는 엉겁결에 승낙을 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의 작금의 신세를 되돌아보니 한숨만 나온다. 누구는 결혼한다고 룰루랄라하는데 자기는 친구 들러리나 서고 있으니, 게다가 자신을 거쳐가는 남자들은 자신을 종착역이 아닌 간이역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친구의 부탁인지라 눈 딱감고 들어주기로 한다.

근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들러리가 은근 신경이 쓰인다. 들러리가 자그만치 5, 뭐가 그리 뻑적지근한지 5명의 친구 혹은 지인들이 한데 모이자 서로 견제하기에 바쁘다. 특히 새로 알게된 그 여자...헬렌. 약혼식 자리에서 서로가 베스트 프렌드라며 마이크를 잡고 실랑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오기마저 느껴졌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제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설이나 반전은 없었다. 말그대로 여주인공의 여자친구가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에서 여자친구들끼리의 미묘한 감정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풀어놓은 성인물이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여자친구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시놉시스만 보며 이 영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차라리 섹스 앤 더 시티의 유사 버전으로 보는 편이 낫다. 생각외로 외설적인 면도 많이 등장하고 원초적 배설본능이 등장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제 아무리 성인 여성들간의 이야기지만 늘 이성과, 먹는 것, 쇼핑 리스트만을 화제로 올리는 그녀들의 모습은 이른바 단세포적이었다. 이 영화속의 남성은 여성들의 수다의 대상으로는 그다지 주목받는 자리에 있지 못했다. 잠시 스쳐지나가며 간택(?)을 받거나 그 이후 차버리거나 찰 수 있는 소품에 불과했다. 심지어 결혼 당사자인 릴리언의 남편조차도 그 존재감이 미미하게 그려졌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여자친구가 자기보다 먼저 결혼을 한다니 역시 배가 아프다는 설정은 모든 여자들의 보편적인 심리상태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싫으면 안한다고 하면 될텐데도 늘 친구 곁을 맴돌며 어디 잘되나 구경해볼까 하며 기웃거리는 심리, 자신에게도 짝이 생긴 뒤에서야 진심으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좀 가증스러워 보였다.

 

홀로서기를 할 만한 나이를 훨씬 지난 그녀들의 천진스러우면서도 다중인격장애라도 가진 듯 구는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열등감의 폭발로 이해하고 싶었다. 부러워할게 뭐있나 다들 하는 결혼인데, 귀금속 가게에서 알바할 때 사랑을 믿지 말라며 악담을 퍼붓는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진솔해 보였다. 그나저나 그녀의 새로운 피앙세는 얼마나 오래갈까. 아메리칸 스타일에 끈적한 성적 유머에 썩소를 날리며 키득거리다 보니 어느새 피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