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맨틱 크라운 - 인생의 터닝포인트, 대학에서 찾다

효준선생 2011. 8. 15. 04:57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해직통고를 받은 남자가 있다.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가 들고 일어날 일이지만 래리는 많이 배우지 못한 현실을 쿨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배움이 적고 나이많은 그를 써주는 곳이 없다. 그러던 중 지인이 소개해준 인근 대학의 연구과정에 입학해서 소통에 관한 공부를 하며 새로운 인생을 맞게 된다.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터널을 만나게 된 한 중년남자의 만학도의 길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가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가 선택한 늦은 배움의 길은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것 처럼 보여졌으며 그런 인생도 그가 성실 근면한 삶을 영위해 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남들보다 좀 늦은 나이에 대학물을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배움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지만 본의 아니게 그때를 놓쳤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춰 놓고 대학문을 두드리는경우도 있고 이미 대학을 나왔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새로운 지식을 함양해야 할 필요가 생겨 다시 대학을 다니는 케이스도 보아왔다. 어찌되었든 대학은 누구에게나 미래를 설계하는 기분 좋은 곳이어야 함에도 오늘날 수많은 청춘들에게는 적지 않는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으니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그런 점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스개 소리로 여고 2,3학년에게 부모와 지인들은 대학만 가봐, 살도 빠지고 예뻐져서 남자친구는 절로 생길거라고 부추킨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자기 마음처럼 되겠나. 그런데 여기 이 남자 래리에게는 그런 일이 생겼다. 물론 의도적이진 않지만 자신을 따라주는 동료와 인연이라니, 전화위복도 이런 일이 없다.


늦깍이 대학생이 된 래리, 그리고 허구헌 날 제 잘난 맛에 사는 교수이자 유부녀인 테이노 교수, 이들의 만남은 엇갈릴 수 도 있었다. 폐강을 기도하던 여교수 앞에 나타난 늙다리 학생앞에 수업은 대충 진행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과목의 주제처럼 소통을 위해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열다보니 자식뻘되는 학생들과, 그리고 까칠한 여교수와도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조역들도 맛깔스럽다. 같은 학교 학생이자 대학물을 처음 먹는 래리에게 나이는 어리지만 이런 저런 요령있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탈리아와 그의 남자친구, 그리고 중고 물품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친구 부부등.


캘리포니아의 어느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찍은 이 영화는 심각한 갈등구조나 폭력, 선정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늘 같은 일에만 매달리며 다람쥐 쳇바퀴 처럼 살며 재충전을 입으로만 외치는 우리들, 멋지고 섹시한 여교수와의 로맨스는 없어도 좋으니 다시 캠퍼스 생활을 하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비싼 등록금 정도 해결할 경제력이 뒷받침 된다면 말이다. 자신의 성처럼 크라운(왕관)을 쓰게 된 래리, 인생은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말은 이런 경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