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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의 열쇠 - 광적인 전쟁과 한 여인의 고달픈 인생사

효준선생 2011. 8. 9. 00:37

 

 

 

영화 사라의 열쇠는 1942년과 2009년 사이의 시간의 간극속에서 펼쳐진 한 여인의 복잡하고 지난한 인생사를 한 미국인 여류 저널리스트의 화법으로 풀어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그녀가 해주는 이야기에는 상당히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하는 바람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혼란을 겪을 만 했다.

 

 

드라마를 소개하는 리뷰를 보다보면 등장인물간의 관계도가 소개되곤 하는데 이 영화 역시 등장인물의 관계를 미리 좀 알고 관람한다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인 버트랑스와 결혼한 미국인 기자 줄리아는 1942년 당시 프랑스에 거주하던 유대인에 대한 학살사건을 취재하면서 점차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는 심증을 굳히며 괴로워 한다. 거기에 어렵사리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버트랑스의 아버지는 1942년 당시 파리의 작은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작은 소녀가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뛰어 들어와 다락방을 열자 그 안에서 소녀의 동생이 숨진채 발견되었다. 어린 시절 그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는 자신의 며느리의 추궁에 그제서야 진실을 털어 놓는다.

 

 

영화는 1942년 프랑스 군대가 당시 프랑스에 살던 유대인을 수용소에 몰아 넣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단란한 가정이 광적인 전쟁통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가족을 잃고 혼자된 소녀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주변인의 목격담을 통해 오늘을 사는 후세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소녀가 수용소를 도망친 뒤 만난 노년부부, 그리고 미국으로 옮겨가 만난 미국 남자와의 불행하기만 했던 결혼 생활, 단 하나 남은 혈육은 이탈리아에서 사는 아들등등...

 

 

줄리아는 취재를 위해 이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작은 소녀의 인생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는 것은 그녀의 불행을 야기한 전쟁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속에서 30% 정도 등장하는 전쟁통의 소녀 이야기는 상당히 울림이 크다. 사라의 소녀역을 맡은 아역배우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서 그녀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더욱 몰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사라의 열쇠, 금방 다시 돌아올테니 다락안에서 꼼짝말고 기다리라며 잠궈버린 그곳엔 동생이 있었다. 수용소에서 동생에서 돌아가야 한다면 열쇠만을 꼭 쥔 소녀의 손아귀는 더 이상 희망의 그것이 아니었다. 전쟁을 통해 영원한 승리를 꿈꾸었던 독재자들의 운명이 마치 소녀의 동생과 같은 처지가 아니었을까 누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동생의 마음은 결국 한가족의, 한 사회의 혼란을 의미하는 메타포처럼 보였다.

 

 

기존의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서는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만 상관이 있었는 줄로 알았는데 프랑스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미테랑 전대통령의 재직시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유감을 피력하는 동영상이 소개되었다.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명을 살상하는 광적인 전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