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침팬지가 전하는 인간다움이란?

효준선생 2011. 8. 5. 00:07

 

 

 

 

아주 오래전 브라운관을 통해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중 한 편을 본 기억이 난다. 원숭이 분장을 한 티가 물씬 나는 배우들에게 끌려다니는 인간들의 모습이 생경하다 못해 어색했던 그 과거의 영화 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동물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은 어린 시절 영화 팬으로서는 충격이었다.

 

 

인간이 기계인간에게 지배를 받는다는 설정은 자주 보아왔지만 영장류에게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뒤에 감춰진,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 하는 부분을 알고 싶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리즈물의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시대적 배경을 이 시리즈물이 처음 나온 1968년 이전으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미래로 볼 수 있는 장치들이 소개된다.

 

 

영장류인 유인원은 글자 그대로 사람과 가까운 원숭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유인원에게서 진화했다는 이야기의 뒤엔 지금의 유인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게 한다. 그럼 유인원과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주변에 널려 있는 도구를 얼마나 사람에게 이롭게 활용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영화는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 나오는 윌은 어느날 사고로 죽은 암컷 유인원의 새끼를 보호하게 되고 그로부터 5년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낸 유인원 “시저”의 독립까지를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치매에 걸린 윌의 아버지가 나오는데 사람이면서도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아버지는 유인원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놓고 보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연구의 목적이 아버지의 치매를 고치기 위해 시작된 것을 감안할 때 유인원 시저의 비정상적 현명함은 바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늘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기계인간의 반란과 무엇이 다를까?

 

 

영화는 시저라는 유인원이 이런 저런 이유로 잡혀온 시설로 들어가면서 폭발력을 갖게 되는데 혼자 인간의 정에 의지해 살아온 시저에게는 동질감을 느끼는 계기와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시저가 윌과 살았던 시기를 떠나 동류의식을 느끼면서 보여주는 행태는 바로 휴머니티처럼 보였다.

 

 

인간답지 않은 인간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실험의 위험성은 간과하고 그저 돈벌이에 급급한 경영진, 잡혀들어온 유인원을 거칠고 사납게 다루는 조련사등이 대표적인데 그들은 동물에게도 있는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수 십마리씩 죽여야 하는 실험대상의 유인원들, 그들에게는 오로지 인간의 질병치료만을 위한 아주 위험한 약물을 주사맞을 의무만 남아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하는 신약은 유인원이 아닌 윌의 아버지가 대신 생동성 실험대상이 된 셈이고 그 달콤한 열매는 유인원인 시저가 가진 셈이 되었다.

죽은 엄마의 유전자를 가진 시저, 똑똑할 뿐 아니라 영악한 수준의 그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인간을 해치는 악마의 근성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서로를 해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은 인간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저라는 캐릭터는 동물이면서 어쩜 저렇게 인간다울까 감탄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다. 리더가 되기 위해 가장 큰 녀석을 자기의 멘토로 만들고 자기에게 린치를 가한 경쟁자마저도 자신의 편에 서게 하는 능력, 탁월한 리더쉽은 오늘을 사는 인간 경영자들도 본 받을 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스스로가 인지해가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인간의 탐욕이 가져올 과학에 대한 맹신과 맞물려 이 영화는 비단 인간을 동물처럼 보이게 하는 과정이나 동물의 움직임에 대한 기술적 테크닉외에 감성을 자극하고 충만시킬 요소가 많아 보였다.

 

 

혹성탈출의 혹성은 과연 어디인가? 지구가 될 수도, 외계의 어느 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물질 만능의 욕심과 자만은 어느새 우리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조상뻘쯤 되는 유인원이 인간이, 아닌 인간 보다 더 우월한 인자를 가진 새로운 종으로 탄생할 지도.

 

 

모션캡쳐 연기의 대가인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매 순간 그가 뿜어내는 형형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철학자의 그것처럼 보일때가 많았다. 진짜 유인원과 영화속 유인원의 차이는 바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