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블라인드 - 보이지 않는 공포가 현실이 될때

효준선생 2011. 8. 6. 02:20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의 신체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눈이라고 한다면 볼 수 없는 장애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의미한다. 시각장애인 때문에 이점을 부각하지 않는지 모르지만 눈이 안보여도 마음이 보이면 된다식으로 말하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대학때 특수교육과 전공학생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일부러 안대를 하고 학교를 돌아다는 것을 보았다. 그 학과 친구에게 당시의 느낌을 물어보니 차라리 안들리고 말을 못하는 게 낫지 앞을 못본다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눈을 감으면 칠흑같은 어둠뿐이라는 글을 써서 리포트를 제출했지만 교수에게 돌아온 것은 질책이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어둠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리고 충분치 않은 학점을 받았다. 눈을 감아보라 주변의 불빛이 사라지고 물체의 테두리의 잔상이 잠시 남았다 사라지면 남는 것은 어둠이다. 그게 아니라는 말은 마음의 눈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후천적 사고로 시각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당장의 그런 말은 사치다. 차라리 눈을 뜨고 있을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응을 보였던 나머지 감각들이 서서히 눈을 뜬다. 청각, 후각, 촉각등...

아마도 마음의 눈이란 이런 나머지 감각의 총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柔하고 善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멀쩡하게 눈뜬 사람도 언제 나쁜 놈에게 잡혀가 욕을 치를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러니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큰 무기하나를 접어놓고 험악한 세상과 싸우기엔 힘겹기만 하다.

 

영화 블라인드는 범죄 스릴러다. 사이코패스와 같은 나쁜 놈이 자신의 변태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납치 상해한다는 전제하에 사고로 시각을 잃은 여성이 이 마수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 지를 보여주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제목도 그렇고 여주인공이 시각을 잃었다는 점도 감안하고 보자면 악마같은 범인에게서 이 여자가 쉽사리 빠져나오기엔 무척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기에 패를 하나 더 주는데 사건 현장의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애를 추가로 투입한다. 그 외엔 도움이 될 만한 게 없다. 범죄 드라마가 확실하게 흡인력을 갖기 위해서는 범인의 동기부여에 있다. 범행을 저질를 수 밖에 없는 트라우마나 정신병력이 있다면 더욱 현실적이 될 것이다. 그럼 이 영화의 범인은 어떤 성향일까 산부인과 의사면서도 호색한이라는 양면적인 정서를 보이는 그, 작년에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의 몇몇 시퀀스가 연상되는 범죄 행각이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게다가 중반이후 수렵에 실패한 먹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이 의사를 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 보이는 행동은 아닌 듯 싶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여주인공을 위주로 된 영화를 진행하기 위해 범인과 여주인공과의 극렬한 대치와 파괴감은 그저 관객들의 긴장감 유발과 결과에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를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요소였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관객들이 매우 불편하게 느꼈던 중의 하나는 아주 조신해 보이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측면에서 자기검열을 한 인상이었다. 무도회장에서 술에 떡이 된 여자들은 당해도 되지 않나 하는 것, 또 불법 낙태수술을 받는 여자도 의사로부터 추행을 당하는 것이 대놓고 억울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 않겠나는 식이었다.

 

이 영화는 여주인공인 민수아의 함정으로부터의 탈출을 그리고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으며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살고 있으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는 점등등, 극복해야할 것들이 많은 그녀를 두고 모두들 동점심을 피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장애인의 재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휴머니티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죽을 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빠져야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의 범인은 극악한 인물이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단순한 “살인병기”라는 점에서 그가 제거되었다고 해도 엄청난 희열이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권선징악의 결론이 타성에 젖은 듯 보이고 확실하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엔 단순한 악마성만 보여준 범인의 캐릭터도 다소 밋밋해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단연 지하철 씬인데 영상통화가 가능한 스마트 폰을 이용해 도피하는 장면은 매우 신선해 보였다.  그런데 안내견이 너무 끔찍하게 죽는 것으로 처리되는 장면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아무튼 오감자극 스릴러물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