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최종병기 활 -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목숨줄이다.

효준선생 2011. 8. 2. 00:14

 

 

 

활弓과 화살矢는 각각 떨어져 있을때는 둘도 없이 멋진 공예품이지만 사람의 손에 들려 서로가 합을 이루면 천하제일의 무기가 된다. 누군가의 목숨을 단 한발로도 끊을 수 있는 치명적 살인병기이면서도 “슈욱”하고 발사될 때의 마찰음과 “퍽”하니 목표에 명중할 때 나는 파열음은 묘한 쾌감을 갖게 한다.

 

특히 명궁들이 많은 동이족의 후예들이니 활에 대한 감상은 예사롭지 않다. 활을 겨누고 당기고 쏠때의 미묘한 손놀림은 오랜 세월 한민족의 유전자에 농축되어 왔을 것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은 그동안 포와 총에 밀려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무기로서의 오마주에 가까운 영화다. 활이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을 표현해냈으며 시속으로 제대로 잴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감을 갖는 활의 궤적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다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만주족이 세운 후금이 지금의 중국 대륙의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동북아 정세는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한족이 세운 명과는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민족 통치세력이었다. 조선 개국이후 명나라에 의존해 나태해져만 있던 한반도의 민초들은 난생 처음 보는 완력패들에게 속수무책 당하며 포로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왕이라는 자는 삼전도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항전의 의지를 포기했고 그런 와중에 변발무리에 맞선 것은 몇몇 의병들 뿐이었다.

영화초반 역적도당이라는 이름하에 삼족을 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쩌면 왕의 주장을 어긴 주전파가 아니었을까 싶다. 간신히 살아남은 오누이, 그들의 활약상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골격이다.

 

화살이 수없이 많이 쏟아지지만 제대로 맞은 것은 없고 맞아도 맞아도 다시 살아날 것 같은 시시한 수수깡 화살이 아니었다. 영화속 화살은 그야말로 한번 박히면 뼈도 녹아내릴 듯이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 많이 쏘지도 않는다. 일발명중을 노리며 상대의 숨통을 조여가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도 스릴만점이었다.

 

이 영화는 대사부터 사실감이 넘친다. 청나라 군사들은 오로지 만주어로만 대사를 치며 허투루 농담을 내뱉지 않는다. 변발에, 날카롭게 치켜뜬 눈매에 근육질 몸매들의 사내들은 일대일로는 대적 불가능한 적들이었다. 자신들이 추종한 왕자(*도르곤이라고 나오지만 도르곤은 젊은 나이에 야전에서 죽지 않았다)가 죽으면서 더욱 살기를 내뿜으며 추격을 가하는 장면부터는 잠시 숨돌릴 틈 없이 날카롭게 파고 든다.

 

공간을 바꾸어가며 추격과 전투씬이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호랑이가 등장하는 부분과 추격을 위해 절벽으로 점프하는 부분에서는 살짝 들뜬 모습과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렸다는 느낌이 든다.

 

완강한 저항, 쉼 없는 추격, 그리고 동생을 위하는 오라버니의 마음이 어우러져 서늘함과 훈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청량제같은 영화 한편이 등장한 듯 싶다. 더운 여름 휙휙 날아다니는 화살은 마치 관객 자신에게 달려드는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며 배우들의 액션도 빛을 낸다.

 

화살이 활을 떠나는 순간 상대방의 목숨을 끊을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해 내 목숨을 건질 수 있으니 그건 생명이 된다. 인트로 부분 제목에 활이라는 한글 옆에 작게 한자로 “活” 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았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의 활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살펴보기 바란다. 혹시 관객들의 폐부는 아닐까 시덥지 않은 사극정도일거라는 편견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