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7광구 - 산유국의 꿈은 멀고도 험하다

효준선생 2011. 7. 29. 05:49

 

 

 

 

1970년대 말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도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는 모든 한국인에게는 신선한 메시지였다. 포항 앞바다 대륙붕쪽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기획성 뉴스는 모종의 정략적 함의를 지닌 채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다. 그리고는 금새 잊혀졌다.


지리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 지구상에 살던 동물이 죽어 묻힌 곳에서는 석유가 나오고 식물이 죽은 곳은 석탄이 나온다". 지금 그걸 증명하고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왜 한반도에서는 석유가 나오지 않는 걸까 동물이 살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면 동물의 사체가 아직 석유化로 진행되지 않아서인가


100년 남짓한 석유의 전면적 활용은 인류에게 엄청난 산업발전과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제 서서히 그 부작용을 이야기할 시점이 되었다. 고갈만이 문제는 아닌 셈이다. 석유는 지구에게는 혈액과 같은 것이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지구는 지병을 지닌 환자처럼 말라간다. 그런데도 인류는 한번 석유에 길들여진 에너지 소비 패턴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고 있으며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 영토라는 공허한 단어까지 만들어냈다.


영화 7광구를 보기 전 몇 가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괴물과 관련된 것이다. 기존의 영화속 괴물은 인간의 욕심으로 버려진 화학제품, 약물등을 흡입해 거대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이 영화도 혹시나 7광구 주변의 석유를 먹고 자란 괴생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석유가 나온 바 없다. 그러니 석유를 먹고 자란 괴생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힌트는 분명 이 영화를 선택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영화를 봐도 괴물이 등장하기 전 부분과 본격적으로 괴물이 등장한 시점부터는 화법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사투다. 앞부분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나중에 괴물에 의해 제거될(?) 순서를 암시하는 과정이라면 괴물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며 인물들과 대치하는 순간부터는 확실히 액션 어드벤처다. 그리고 그 험악한 크리쳐와 대결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흐름은 헐리웃 액션 어드벤처물과 꽤나 닮았다. 톰보이 같은 여자 주인공과 잘 생긴 외모의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성격파 배우 몇몇, 그리고 유머를 책임지는 조연급 배우들, 그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인간본성의 선과 악에 대한 선택을 해나가고, 괴물의 위협속에서 제 명에 살지 못하는 장면들은 분명 닮았다. 그러나 조연배우들의 유머와 그들간의 합은 한국형 블로버스터라는 신조어의 존재에 한 축을 담당하는 게 틀림없다.


작년 겨울, 길라임으로 주목받던 하지원의 영향으로 영화 7광구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투혼은 액션 스쿨의 그녀와 비슷한 이미지로 나온다. 러브라인이 살포시 들어가지만 그녀가 석유를 채굴하는데 그토록 강렬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마치 철의 여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헐리웃 블록버스터에서 이미 여러차례 3D를 경험해서 잊고 있었는데 입체 영상 구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최초의 한국영화라는데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영화사에 한 줄 남길 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