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기생령 - 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효준선생 2011. 7. 28. 00:20

 

 

 

 

공포영화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개 과한 욕심을 부리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은 귀신이 부리는 칼부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권선징악은 古來의 설화속에서 가장 큰 주제의식으로 발휘되어 왔다. 그런데 설화속 내용들은 왜 사람들에게 착한 가치관만을 강조하는 걸까 대부분 악하고 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잘 사는 요즘을 보자면 옛날 사람들의 警句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든다.


자식을 보겠단 일념으로 아무 영문도 모르는 아이를 납치해다 발목을 자르고 항아리에 가두어 두면 그 집에 태기가 든다는 미신 때문에 같은 목숨임에도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산다는 것은 인간이 얼마나 극악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 자식이 중요하다고 다른 아이의 목숨을 해치려는 심보를 그냥 놔둘 리 만무하다. 자식을 얻지 못하는 부모 마음도 이해하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은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기생령은 말 그대로 귀신이 들린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그런데 그 아이의 정체를 쉽게 알 수가 없다. 멀쩡할땐 그냥 소년의 해맑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흰 자위를 희번득거리며 좌중을 공포로 몰아 넣는 것을 보면 귀신은 소년에서 기생충처럼 달라붙은 모양이다. 그럼 그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자해를 해가며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여자가 등장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형사들이 투입되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죽은 여자의 엄마가 행방불명 되었고 그 할머니가 무당이라는 정보뿐이다. 무당이라는 직업이 부각되면서 이 영화가 무속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어림짐작을 하게 된다.


남겨진 여자의 아들, 그리고 그 아이를 돌봐줄 삼촌 부부와 처제의 등장. 이제부터 죽거나 다칠 대상은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될텐데, 그 대상이 아이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에 의한 살인 장면이 난무하고 신체 훼손이 자행되는 모습에 아역배우는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공포감은 무당집안에서의 일대 활극이 펼쳐지는 마지막 부분에서 극대화되는데 그건 오싹하는 두려움이 아닌 잔인한 폭력극이었다. 이미 귀신의 정체를 파악하고 살아남은 자의 비명이 귓전을 때린다. 


죽은 아이의 혼령이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전이되어 혼란을 겪는다는 설정은 어디선가 본 듯 하다. 한국 특유의 남아 선호사상때문에 여자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스러진다는 이야기처럼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로 인해 아이의 목숨이 버려져도 된다는 설정에 이르러서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민간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와 현대극에 적용을 시켜본 영화 기생령, 비쩍 마른 여자아이가 아닌 통통한 남자아이가 귀신 역할을 해내는 낯섬도 특이한 경험이다. 어린 나이에 험한 연기를 무사히 소화해낸 이형석군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