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퍼스트 어벤져 - 영웅은 난세에만 등장한다

효준선생 2011. 7. 26. 00:08

 

 

 

 

 

시대는 영웅을 요구한다. 하지만 영웅은 아무 때나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범부들의 힘으로는 악의 무리에 저항할 수 없을때 영웅은 어렵사리 나타나 그들을 우리앞에서 멀리 쫒아 내준다.

 

영웅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없이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그것들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을 보면 영웅은 보이지 않는 무생물의 존재이거나 우리의 상상속에서 작용하는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영웅이 되고팠던 아이가 있다. 그러나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에 잔병치레도 수없이 앓았던 탓에 군복무는 커녕 병원신세를 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지구의 위협이 되는 악의 존재에 맞서 싸우고 지구인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반복되는 레파토리처럼 익숙하다.

 

영화 퍼스트 어벤져는 원래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다. 미국의 마블 만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들 중에서도 아버지 뻘 된다고 하니, 너무 오래전 등장 인물이라 바다 건너 우리에게만 생소한 것인지 모른다. 하기사 제목을 미국의 대장이라고 하면 제 아무리 친미적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라도 반감을 사기 딱 좋아 보인다.

 

어벤져는 마블 만화 주인공들을 한데 뭉쳐 이른바 패밀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고 그들이 등장하는 영화속에는 다음 영화의 주인공에 대한 힌트를 하나씩 심어 놓은 게 인연이 되었고 퍼스트란 바로 이 병약하기만 했던 아이가 과학의 도움으로 일당백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이들 시리즈 중에서 으뜸이라는 이야기다. 시기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므로 다른 “맨”들을 더 좋아한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1942년 즈음이라면 미국은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무렵이다. 이 영화의 배경도 그 시점이다. 그러니 당연히 영웅의 상대방인 적은 나치군일테고 욕심을 부리는 두목도 나치군의 중간 보스쯤 되는 인물이다. 솔직히 그 인물이 히틀러라고 적시하고 싶었겠지만, (그래서 영화속에서는 히드라라는 괴상한 이름의 조직이 등장한다.) 여전히 과격 우익세력이 존재하는 마당에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인간대 인간이 아닌 과학(의 힘을 인간에 주입하는)과 과학의 충돌은 인간의 욕심에서 기인한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우대를 받는 것도 아니다. 토사구팽처지가 될 것이 뻔한 대도 총부리 앞에서 그들은 인간이 수천년 동안 쌓아올린 기초 과학의 정수를 한꺼번에, 그것도 폭발적인 위력의 살상무기로 환생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핵폭탄의 위협속에서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 과학기술은 그 힘의 원천이 목숨과도 바꿀 정도로 폭압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엄청난 발전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근육맨과 얼굴 뻘건 맨(레드 스컬)은 지키려는 명목과 파괴해서 자신이 소유하겠다는 명목하에 연신 치고 받는다. 누구 이기건 별로 상관은 없어 보인다. 그 누구든 자신을 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사 얼굴 뻔건, 전직 나치군의 중간보스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악의 소행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영화는 입체효과는 포기하고 그 대신 컴퓨터 그래픽에 매진한 것 처럼 보인다. 원래는 헬스 클럽 죽돌이급 몸매를 가진 남자 주인공을 개그맨 한민관 수준으로 보이게 한 것이나 그동안 인상파 역에 자주 등장한 휴고 위빙의 얼굴을 아주 흉측하게 만들어 놓은 것들은 인정해줄 만했다.

 

서로 이겨야 하는 상대방을 그리다 보니 격투장면이 많이 나오고 그런 장면은 불을 뿜었다. 고개를 끄덕거릴 드라마 요소보다 화려한 움직임에 더 큰 호응을 보내주고 싶었다. 이 영화 역시 엔딩 크레딧에 끝나고 맛보기 영상이 있다.

 

영웅은 난세에 잠시 나왔다 임무를 수행하고 빨리 사라져야 멋지다. 너무 오래 우리 곁에 있어서도 안 될 말이고 나타나기를 고대함에도 숨죽이고 간만 봐서도 안된다. 영화 말미 70년이나 자고 있었다고 하며 힌트를 주는 것을 보니 2011년 즈음 미국엔 영웅이 필요하다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