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죠

효준선생 2011. 7. 23. 22:54

 

 

 

영화 에어리언 비키니의 엔딩 크리딧 직전에 중국 고사가 소개되었다. 중국 晉나라때 왕질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동자가 바둑을 두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동자가 건네는 귤을 먹으며 바둑두는 것을 지켜보고 나니 동자가 청년에게 도끼 자루가 썪었다는 말을 했다.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든 청년이 마을로 돌아오자 자기 집을 찾을 수가 없었고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죽었다며 놀라워했다. 알고보니 이미 200년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가 마을에 간 그날은 바로 자신의 제삿날이었다.

 

이 영화에 왜 이런 이야기가 실렸을까 영화는 절대적으로 있을 수 없는 가공의 판타지 물이다. 그런데 그 성격이 다분히 복합적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악이라고 부르는 여러 가지 요소들, 폭력, 선정, 살인, 마약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즐기려 드는 이유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코믹요소에 기인한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정체불명의 조직, 자신의 말로는 외계인 전담반이라고 하지만 실제하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로부터 쫒기는 몸매좋은 여인을 구한 남자 영건, 여자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의 이름부터 수상쩍다. 이름하여 하모니카라고 한다. 그녀는 요상한 방법으로, 실로 기발함이 극치를 이룬다. 마치 SM계열의 성인물을 연상케 하는 각종 방법으로 남자의 정액을 받아 임신하려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다.

 

왜? 그리고 무엇이 그토록 그녀의 목적달성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남자에게 그녀의 정체는 확실하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외계인이며 오늘 중으로 지구 남성의 정액을 수정해 종족을 퍼트려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만 했다. 그럼 영건의 입장에서는 관계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근데 그게 정말 엉뚱한 이유로 자꾸 거부하고 그럼으로써 둘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는 막장을 향한다.

 

이 영화의 보여주기는 상당히 민망함을 넘어 19금을 뺨친다. 그런데도 피식거리며 웃을 수 있는 게 남성과 여성이 갖는 성적 균형감이 종래의 선입견을 깼기 때문이다. 순결은 여성이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이를 뒤집는 남성의 다소 바보같은 행동거지가 쓴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붉은 색이 번들거리는 영건의 거처에서 반라의 남녀는 사랑의 확인이 아닌 피하려는 자와 갈구하는 자 간의 폭력게임으로 변질되고 그 사이에 그녀를 찾아다니는 패거리들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외계인이 어째서 지구인의 정액을 필요하다고 저 난리를 치는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앞뒤 재지 않고 어수룩한 무술 솜씨를 지구인에게만 사용하는 지도 모르겠고, 나중에는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장면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결국 영건은 애시당초 자신이 말했던 약조는 지키지도 못한 셈이었다.

 

질퍼한 것 같으면서도 도덕론을 설파하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결국 진나라 왕질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관객들의 도끼자루가 썪었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외계인으로 나온 여자와 영건은 싸움질을 통해 피칠갑을 하게 되었지만 수건으로 쓱 닥아내면 그뿐이다. 대신 영화를 다보고 나오니 어느새 76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내 도끼자루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가는 길에 살펴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