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링크 - 그녀와 교감을 나누지 마세요

효준선생 2011. 7. 21. 01:41

 

 

 

타인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초능력을 가져볼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누군든지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소유한 초능력을 어디다 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사용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초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유일한 도구라는 점에서 매우 해롭게 작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발작으로 인한 쇼크로 쓰러졌던 여자아이가 있다. 그 이후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콘트롤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음을 인지한다. 그런 그녀에게 감정의 이입을 당해본 남자들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며 결국 극단적인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 링크는 정말 독특한 소재의 영화였다. 한국영화에서 다루지 않던 텔레파시라는 소재, 거기에 신화적 요소와 사회적 반영을 몰아넣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깔끔한 톤의 영화였다.

 

 영화의 축은 여자, 그리고 남자가 아닌 남자들과의 관계다. 이 영화에서 젠더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자들은 초능력을 가진 여자가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라는 것에 터부를 가지면서도 무시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영화 초반부터 호텔신이 나오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지만 육체적인 접촉이 아닌 정신적 교감을 그려내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런 분위기는 중반부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몇 차례 보여주는 이 텔레파시의 교감이 분명히 육체적 정사와 다름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맺고 난 뒤 등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분명 정력을 소진한 채 비실거리는 남정네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들은 한 여인에게 홀려 정기를 탕진한 멍청한 숫컷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교감에 홀리지 않는 두 남자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한명은 연구원인 척, 이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척 행동했고, 나머지 한명인 야비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학원강사는 오히려 그녀를 조종해 아는 동생을 갈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왜 그들은 그녀에게 홀리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다고 그들이 이성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노선을 견지하는 인물들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에게 당하는 인물들은 별로 가진 것도 없어 보이고 순정파로 보이는 캐릭터들이었다.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텔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박한 카메라워크등은 종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영상이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할 정도로 어지럽게 한 켜 한 켜 쌓아올린 초반 이야기 구조가 막판 학원 강사의 행동을 통해 밝혀질 무렵에 가서는 인간의 선과 악의 구분, 나쁜 것에 더 쉽게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지의 나약함, 사회적 정의가 만든 몇 가지 터부들이 뒤엉켜 퇴폐적이고 세기말적 분위기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쾌락은 파멸로 가는 길 위에 있다. 그녀는 텔레파시를 통해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마치 요괴처럼 홀리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피해나가는 길도 알고 있다. 단지 이 영화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인간군상의 처참한 비극을 통해 날카롭게, 마치 비수처럼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도박, 원조-교제, 살인, 상해, 쓰리-섬등이 등장하는데도 그걸 백안시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 영화가 확실하게 판타지물임을 알고 있었고 영화속에서 여러차례 몽환적 비주얼을 통해 둔감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장면 하나 하나만 놓고 보자며 상당히 센 수위의 것들이 등장한다. 그것을 벼리지 않게 다듬은 것은 연출의 힘으로 보인다.

 

역시 엄청나게 센 영화로 기억하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에서 강한 캐릭터를 잘 소화한 바 있던 곽지민의 팜므파탈한 연기가 돋보였으며 류덕환, 김영재도 그 배역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