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카2 - 껍데기만 피규어, 경제 첩보전을 방불케 하다

효준선생 2011. 7. 17. 00:42

 

 

 

 

애니메이션이라고 무조건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캐릭터의 외피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이나 기계류들이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변은 신문 사회면, 경제면, 심지어 정치면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영화 카2는 전편에서 보여주는 자기들만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벗어나 유력 경제집단에 대한 일갈을 가장 큰 테마로 심어 놓았다. 시작부터  바다위에 세워진 대형 유전에 침투한 정보요원을 조명함으로써 이 영화가 심상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한편 이 영화의 포스터 전면에 등장시킨 미션 임파서블과 007이 왜 언급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이 카2에서 고스란히 재연된 셈이다.


겉모습은 둥글둥글 모형완구에 가까운 자동차들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다양하고도 심오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쫒고 쫒기는 액션장면과 그 이면에 감춰놓은 불편한 진실은 왜 이 영화를 어른이 봐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밀레니엄이 오기 직전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위협이 될 공포는 에너지와 식량이라고 했다. 그들의 예언은 과장된 것처럼 치부되었지만 겨우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말은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잘 사는 나라는 대체 에너지와 대체 식량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또 누군가는 그런 시도를 억제해 자신의 배를 불릴려고 애를 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럼으로 인해 엉뚱한 군체들이 피해를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카2에서는 바로 이런 에너지 자원을 사이에 두고 석유재벌과 대체 에너지 개발자간의 알력을 표현하고 있다. 자동차를 몰기 위해 에너지 수요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2의 주인공들은 이런 저간의 상황을 잘 모르고 열심히 질주하는데 바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라이트닝 맥퀸이 아니라 겉모습만 봐서는 자동차로 쳐주지도 못할 허름한 비주얼의 견인차다. 메이터는 창졸지간에 첩보전에 휘말리며 어설픈 몸개그를 펼치는데 간간히 비추는 우정에 대한 메시지는 보너스가 된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무엇보다도 도쿄와 파리, 그리고 런던일대에서 펼치는 화려한 카레이스다. 드리프트를 방불케하는 스피드가 후련하다. 굉음을 울리며 붕붕거릴때는 극장이 들썩거릴 정도로 효과가 좋다. 특히 도쿄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에서 순간순간 보이는 일본 특유의 캐릭터들이 눈길을 끈다. 능수능란한 맥 미사일 핀과 메이터가 보여주는 첩보활극은 무거운 주제의식을 시시때때로 인식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호흡이 좋다. 저 연령층 아이들이 보기엔 질주하는 모습만 남겠지만 어른들이 볼때도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문제제기에 공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겠지만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그러하자니 좀 피곤하긴 하다. 


전편에서는 시골길을 달리며 시시덕거리던 캐릭터들은 이 영화 맨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다. 늘 잘난 척만 했던 이탈리아산 레이싱카가 어느 새 친구가 된 맥퀸, 메이터와 함께 시골길을 달리는 모습이 푸근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