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2 - 이젠 보내야 할 시간이 왔다

효준선생 2011. 7. 16. 00:25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만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에 나오는 세 명의 아역배우들을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 영화가 처음 선 보인지 어언 10년, 그동안 시리물로 8편이 나왔고 몇 명의 감독을 거치며 스케일은 확연히 커진 모습을 보였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벌어지는 시끌벅적한 스쿨무비였던 시리즈 1편과 비교해 그 마지막편은 여느 블록버스터에 비견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비장감이 묻어났다. 마치 지구는 나만이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블록버스터 주인공들처럼 이들 삼총사는 뛰고 구르고 심지어 날기까지 한다.


시리즈 1편을 보고 계속 보지 않다가 작년 가을 죽음의 성물 1편을 보고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두 번째 이야기자 해리포터 시리즈의 총결편인 이번 영화를 본 소감은 다른 관객들의 호들갑과 달리 무덤덤했던 게 사실이다. 극성팬들에게는 아쉽게 들리겠지만 내용상의 전개나 제시하는 주제의식은 다른 판타지물과 큰 차별은 느끼기 힘들었다. 낯선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고 보지 않았던 그동안의 시리즈물에서 언뜻 나온 장소들이 선을 보이며 떠나가는 아쉬움을 달래보려는구나라는 심정적 동정이 생겼지만 열혈팬이 아니고서는 선뜻 박수를 쳐주기는 힘들었다.


대신 죽음의 성물1편에서의 비교적 정적인 느낌과 달리 스펙타클한 액션신이 많이 가미되어 있었고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 그리고 악이라고만 하기엔 뭔지 있을 법한 사유들도 녹아있음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전편에서 성물을 찾아나선 일행의 이야기는 바로 이어진다. 이번에 주로 다뤄지는 성물은 딱총나무로 만든 지팡이로 현대식 무기로 치자면 다용도 격발무기다. 물론 이 성물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일행과 반대편에 서있는 볼드모트의 행적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장면과 호그와트 학교는 이 영화의 액션이 보여지는 주요 무대인데 바로 이 두 곳에서 낯선 캐릭터들이 화면 이곳 저곳에서 대거 출현하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처음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요무대가 되었던 밝고 투명한 빛이 나던 호그와트 학교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파괴의 대상이자 해체의 수순속에 힘겹게 서있었다. 보여지는 건물뿐 아니라 어쩌면 아이들이 성장하고 학교를 떠나서 새로운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온실과도 같았던 학교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견지할 필요는 없다는 비유가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스네이프 교장이라는 복병같은 캐릭터가 주요하게 떠오르는데 이 사람은 해리포터의 정체성과도 맞물려 있는 인물이다. 자신을 버려야만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버려야 할 소아병적인 행위와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등을 역설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성물이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 이라는 것은 뻔한 이치였다. 아이때 가지고 놀던 완구, 그림책, 더 이상 탈 수 없는 세발 자전거들과는 안녕을 고하는 것처럼 성물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면서 버려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서도 퇴행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마냥 그러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영화 막판 엔딩을 앞두고 갑자기 19년후의 모습을 담았다. 시리즈의 아역들이 어느덧 성장해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을 마법학교로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한 세대가 가면 또 다른 세대가 그 뒤를 잇는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판타지란 이런 것임을 유감없이 보여준 해리포터 시리즈, 이젠 꿈에서 깨어나 어른이 되는 길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꿈은 꿈으로만 남겨두는 일도 나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