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판 - 아직 사제간의 정은 녹슬지 않았다.(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효준선생 2011. 7. 12. 00:29

 

 

 

 

 

중국영화가 다양하게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액션 무술영화가 전부인 줄로 알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들어와 중국의 젊은 영화감독들은 그들의 시선을 거대자본의 힘을 빌어 대작을 찍는 몇몇 유명감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시골로 내려가 민초들의 原生態적인 생활을 그려내고 있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 앵글안에 보이는 배경자체가 화려함이나 발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기에 극장에서 정식개봉하기 힘들고 중앙정부 당국의 시선도 곱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을 비롯해 특히 유럽권 영화제에서 여러번 수상한 지아장커 감독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팔리지도 않을 영화를 꾸준하게 찍고 있는 것일까 윗선의 심기를 거스려가며 그들이 찍은 영화속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화해의 메시지가 담뿍 담긴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선정성과 폭력성과는 거리가 멀다. 눈이 아프지 않다.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푸른 자연이 배경인 경우가 많다. 가공하지 않은 그곳과 그들은 지금의 생활을 粉飾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배우들도 대개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이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도 보고 나면 꼭집어 말할 수는 없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퍼져나오는 울림이 있다.


영화 파판은 장강삼협 지류에 있는 산골마을을 배경을 한다. 그곳의 초등학교가 주요 무대인데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선생님의 식사는 우리가 책임진다”라는 요즘 세태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師表가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한국에서는 이말에서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들까 무엇보다 부담감 아닐까 선생님의 식사라면 왠지 고급스럽지 않으면 안되고 식사후 촌지라도 들려보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물질적 요구에 더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그게 아니다. 늘 자신들이 먹는 식탁에 수저 한 벌 더 올려놓고 서로 자기 집으로 와서 밥 한끼 들고 가라는게 의미의 전부다. 거기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이웃사촌의 정이 느껴진다. 말린 고기를 좀 볶고 늘 먹는 채소를 준비하면 끝이다.


한편 촌 정부에서는 그것마저도 주민들에게 부담이 된다하여 선생의 식사방문을 금지하고 일부러 조리사를 학교에 보내 선생의 식사를 담당하게 한다. 그런데 주민들은 새로운 조리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자기들과 선생의 사이를 멀어진게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인 셈이다. 아이들마저 여기에 동참해 가출을 하면서 동네는 일순 시끄러워진다.


이 영화는 작은 일에서 시작해 조금씩 커지는 변화를 말하고 있다. 선생과 제자, 그리고 학부모의 관계를 식사 한끼라는 공통분모하에서 재단을 하고 관계의 비중을 어디에다 둘지 고민하고 있다. 이 식사의 한끼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기에 조리사와 동네 과부의 사랑이야기가 뒤섞이면서 자못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기도 한다.


비록 작은 영화지만 수려한 풍광이 배경으로 펼쳐지고 아마추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아무런 사심없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모습이 우리와는 완전 딴판인지라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제목 파판은 派飯(식사대접이라는 의미와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사를 파견하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의 중국어 발음인 듯 한데 정확하게는 파이판이 맞다. 아니면 “선생님 우리집에서 식사하세요” 나 “파견 조리사”로 제목을 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13회 서울국제청소년 영화제 상영작이다.